우정의 문

2006. 11. 11. 오후 3:24:45

글자

우정의 문

bar01c.gif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지요.
 내 친구 중에 산골로 들어가 박혀 사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해 겨울이던가, 밤새 눈이 소복히 쌓이던 날 새벽이었지요. 뜰 앞에 눈이 하얗게 내려 있는 걸 보니 괜히 그 친구가 간절하게 생각이 나더군요, 그래서 식구들 모르게 혼자 집을 빠져 나와 새벽 눈길을 밟으며 그 친구를 찾아 갔어요.
 집을 빠져 나와 새벽 눈길을 걷고 있는 자신이 아무래도 아직 제 정신이 아닌 꿈속의 일처럼만 느껴지고 있었으니까요. 무슨 보이지 않는 힘에라도 이끌려 가고 있었다고 할까요. 하여튼 아직도 새벽 어스름이 걷히지 않은 하얀 눈길이 그렇게 고와 보일 수가 없더군요. 숲속은 더욱 선경이었지요.
 난 마침내 친구의 집 문앞에 이르러 벗을 불렀지요. 하지만 친구는 새벽잠에 묻혔는지 대꾸가 없더군요. 몇 차례나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쳐봐도 전혀 인기척이 없어요. 그래서 난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리려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그 때 등 뒤에서 어떤 느낌이 왔어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 벗이 우뚝 서서 나를 내려 다 보고 있지 뭡니까. 그래, 이 사람 왜 부르는 소리에 응답이 없고 거기 그러고 서 있느냐니까, 그 친구 대답이 이러질 않겠소? 새벽에 눈길을 밟고 산골까지 찾아온 소리를 들으니 머리 속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노라. 내 어찌 이 앞 뜰에 쌓인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낼 수 있으랴. 벗에게 이 발자국이 나지 않은 하얀 눈 위로 내 집에 곱게 걸어 들게 하리라...
 그래, 그 친구는 앞 마당에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내지 않기 위하여 뒷문을 열고 뒤꼍을 돌아서 문간 앞까지 나를 맞으려 나왔던 거지요. 그리고 난 그 친구의 고마운 권유에 따라 발자국이 나지 않은 그 고운 눈 위를 걸어 벗의 집으로 들어 갔구요.

- <이야기 해 주세요.> 박용성 편저 중에서 -

♡ 생각 나누기
☞ 우정이란 무엇일까요?
☞ 나에게 진정한 친구는 누구일까요?
☞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우정을 나누기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생각 나누기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