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릿골 이야기

2006. 11. 11. 오후 3: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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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릿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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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릿골은 순하고 작은 짐승들이 모여 사는 깊은 산골 마을이었다.
싸릿골은 등성이마다 푸른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싸릿골엔 잘 생긴 바위들도 많았다. 또한 철따라 고운 꽃이 피고 맑은 물이 항상 끊임없이 흐르는 골짜기엔 예쁘고 반짝이는 작은 돌멩이들도 많았다. 싸릿골은 참으로 아름다운 동네였다. 아름다운 동네에 사느니만큼 싸릿골 의 짐승들은 그 마음씨도 곱고 욕심도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다람쥐는 골짜기에서 무지개 빛이 도는 작고 예쁜 돌멩이가 어찌나 예쁜지 댕댕이 넝쿨에 꿰어 목에다 걸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날 산토끼는 산등성이에서 아주 잘 생긴 작은 돌 한 개를 보았다. 어찌나 마음에 쏙 들었던지 산토끼는 그 잘생긴 돌을 굴려다가 자기가 사는 굴 앞에 놓았다. 이제까지 멋없던 산토끼의 집이 훌륭해 보였다.
 그러자 싸릿골 마을의 짐승은 너도나도 작고 예쁜 돌멩이를 주워다 다람쥐처럼 목걸이를 만들었다. 또한 산토끼처럼 잘 생긴 돌을 굴려다가 집치장을 하기 시작했다. 작고 예쁜 돌멩이는 목걸이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팔목엔 팔찌, 발목엔 발찌, 귀엔 귀걸이, 코엔 코걸이까지 만들어 주렁주렁 달고 다니게 되었다. 잘 생긴 돌들은 크고 작고를 가릴 것 없이 모두 굴려다 집치장을 하는데 쓰이게 되었다. 그러나 그뿐이 아니었다. 바위를 몸치장, 집치장하는 데 만 그치지 않고 너도 나도 더 많은 돌멩이를 가지려고 앞을 다투었다. 짐승들은 끊임없이 돌멩이를 굴러다가 자기 집 창고에 쌓기 시작했다.
 싸릿골 마을은 이제 예전의 싸릿골이 아니었다. 바위를 굴려 내린 등성이는 붉은 황토흙이 드러나고, 그 푸르던 나무도 뿌리가 뽑힌게 많았다. 항상 맑은 물이 흐르던 골짜기는 흙탕물이 괴었다. 그토록 아름답게 반짝이던 작은 돌멩이들은 모두 햇빛이 없는 어두운 굴속에 갇혀 그 아름다운 색과 빛을 모두 잃고 말았다. 싸릿골 마을 짐승들의 마음도 변했다. 누가 더 많은 돌멩이를 가졌는가, 어떻게 하면 남의 돌멩이를 내 것으로 만들까 에만 마음을 쓰게 되었다. 모든 짐승들의 얼굴엔 웃음이 없어지고 눈빛만 날카롭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다. 무섭게 비바람이 몰아치고 번개가 어둠에 칼질을 하면서 이내 우르르 쾅 쿵쾅 천둥이 사납게 울었다.
 날이 밝자 어둠이 물러가고 비바람도 멎었다.
 아, 그러나 다시 떠오른 아침 햇빛 아래 드러난 싸릿골 마을은 옛 자취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등성이도 골짜기도 없어진 싸릿골 마을은 그저 붉은 흙만이 질펀히 깔려 있었다.

- 박용성[이야기해 주세요]중에서 -

♡ 생각해 봅시다.
 "남이 그러니까."
 "다들 그러는데 뭘." 하면서 주체성 없는 삶의 모습들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살펴봅시다.
 그런 태도는 당장에 자신에게 책임이 돌려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 폐해가 축적되면 모두를 파멸시키고 급기야 자신마저도 파멸되고 맙니다.
 자연과 삶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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