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면 - 장재봉 신부님

2006. 12. 1. 오후 10:16:02

글자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2006.11.17.금

 

루카 복음 17장 26-37절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
 마음을 열면     장재봉 신부
예수님의 오늘 말씀은 말 그대로 파격입니다. 누가 오늘 예수님 말씀대로
살아낼 수 있을까요? 그러나 하느님 사랑의 법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그것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슴은 벅차오릅니다.
그리스도인의 성화는 하느님의 거룩하심까지입니다. 이만큼 또렷하고 명료하게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신뢰를 깨닫게 해주는 말이 또 있을까요? 하느님께서
우리를 엄청나게 믿고 계시다는 더 큰 증거가 필요할까요?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 능력을 우리에게 주셨기 때문에 오늘도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늘 사도 요한의
설명이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우리는 형제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다는 것을 압니다.” 죽은 세상에서 연연하여
지지고 볶는 인생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건너 뛴 생명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이
된다면 하느님의 거룩하심에 이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도
들려드릴까요?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로마 8,37). 때문에 우리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원수 사랑’도 그분의 도우심에 의탁하면 해결됩니다. 사랑하고 싶다면 우선
내 마음을 열어 놓으십시요. 그것이 사랑의 첫 단추입니다. 내가 가졌던 것은
이미 죽었으며 이제 내 안에는 그분의 자비와 은총만이 살아 계시니까요.
‘원수 사랑?’ 그것까지도 우리의 마음 문만 열면 문제 없는 일입니다.
 이해
물론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타인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나의 영역을 침범당하고 빼앗길 것만 같은 불안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실 각자의 생각을 서로에게 강요할 때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그러나 강요하지 않고 서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내
세계가 침범당해 좁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넓어진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나의 세계가 더 넓어지고 더 유연해지는 것이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 내가 아닌 상대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해보기. 그러면 이제껏 나를 불안하게 만든 요인들이 사라진다. 사실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상대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다. 낯선 상황에서 불안과
두려움에 떨듯 우리는 낯선 사람과 마주하며 긴장하게 된다. 특히 상대가 나와
피부색이나 생활습관이 전혀 다를 경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가만히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고,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면 나와는 너무 다르지만 또 너무도
비슷한 상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의 새로운 관계의 실을 지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살아가기, 그것은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즐기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나이 들어간다는 묘미이고, 세상이 우리에게 주는 축복일 것이다.

김혜남 | 갤리온 | <어른으로 산다는 것>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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