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찬(송파정신보건센타)-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나는 불경스러운 상상을 했다. 복음 내용을 홈쇼핑 광고로 각색해 보면 어떻게 될까? 이를테면 ‘복음상품 4종 세트’. 믿음을 구입하는 분께는 선착순으로 기적·구마(귀신 쫓음)·방언·치유 상품을 세트로 증정하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복음에 나오는 제자들의 선포는 원래 예수 체험을 근거로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는, 다분히 신앙 실천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은 기적을 행하셨지만 기적을 보고 따르는 무리를 경계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병자가 기적적으로 치유된 것보다는 병자를 만나고 그들을 수용하는 모습에서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를 바라신다.
한편 홈쇼핑식 신앙을 위해 과거의 선포를 왜곡시킬 경우, 기적적인 내용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순진한 신자들에게 돌아간다. 실제 홈쇼핑처럼 중독증세를 일으켜 현실에서도 기적과 용한 성직자를 쫓게 된다. 지역에서 정신보건사업을 하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가정이 왜곡된 신앙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다. 일상생활을 전폐하고 교회에만 집착하여 가산을 탕진하고 가정이 파탄난 경우도 있으며, 자녀가 발병하여 정신과 치료가 필요함에도 믿음과 기적적인 치유에 집착하여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사회적 관계를 단절시키는 경우도 있다. 또 거의 매일 밤 교회에서 철야를 하면서 증상 악화와 재발을 거듭하는 정신과 환자들도 보게 된다. 이들은 사회생활에 대한 경시, 타종교(타교단)에 대한 배격, 타인과의 대화 단절을 공통적으로 보이며, 해당 교회의 성직자들 또한 이를 방관하거나 부추기고 있다.
어쩌면 참 기적은 기적과 축복만을 지향하는 삶에서 출애굽(exodus)할 때 경험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예수님은 아직 믿음이 구체화되지 않은 제자들에게 기적보다 우선하여 천지사방 발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라고 하셨다. 그 말씀대로 제자들은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 울고 웃는 가운데 참 기적을 체험한다. 예수님을 다시 만난 것이다. 생전에 따르던 예수님을 이번에는 사람들 속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