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1 /[강론] 십자가에 못박으시오[박영봉신부님]

2007. 4. 3. 오후 12:50:47

글자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찬미 예수님!

사랑하올 형제 자매님,
지난 한 주간 동안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느끼시면서
행복하게 잘 지내셨는지요?
요즘은 날씨가 도무지 종 잡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 오전엔 청둥에 먼개, 그리고 굵다란 우박이....*_*
부활이 다가오니까 날씨들이 시샘을 하는 걸까요?? *^&^*


형제 자매님,
오늘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입니다.

오늘 전례에서 우리는 두개의 복음을 듣게 됩니다. 
먼저 행렬에 앞서 2,000년 전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는 복음을 들었습니다. 

그때 제자들은 확신을 가지고 외쳤습니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임금님은 복되시어라.” 

군중들도 자신들이 기다려온, 로마로부터의 독립을 이루어 주실,
메시아가 오신다고 열렬히 환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미사를 시작하기 전에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며,
손에 승리와 생명을 상징하는 푸른 가지를 들고서
기쁨과 희망의 행렬을 했습니다. 

그런데 미사 중에 듣게 된
오늘의 복음말씀은 ‘수난 복음’이었습니다. 
복음이 길기 때문에 따로 강론을 듣지 않아도
예수님께서 어떻게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는지 알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 복음은 인간을 향한 예수님의 한없는 사랑에 대한 감동과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는 인간의 배반과 불신을 보아야 하는
아픔을 동시에 주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확신에 찼던 제자들도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을 가버리고,
베드로는 죽음이 두려워서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예수님을 환영했던 그 군중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칩니다. 

이방인인 빌라도는 예수님의 무죄를 선언하면서 풀어줄려고 했지만,
하느님의 백성들은 하느님의 아드님을 없애달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정체에 대해서 가장 잘 알아야 할 수석사제가
예수님은 죽여 없애야 할 죄인이라고 군중들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십자가에 함께 달린 죄수까지도 예수님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원망하거나 꾸짖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아버지께 기도드리십니다. 
그리고 그 순간 회개하는 죄수에게 천국을 약속해주십니다.

형제 자매님,
우리는 불과 이틀 전에 팔마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라고 환호하며 예수님을 맞아들였던 바로 그들이
어떻게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적인 삶의 문제는
인간을 이기적으로 바꾸어 버리는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나 봅니다. 
인간의 역사 안에서 종교를 핑계로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한다는 미명 아래
폭력을 앞세워 현실의 국가 이익을 추구한 것입니다. 
개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의 이름을 팔아서 돈벌이하는 사람들도
우리는 많이 보아왔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은 인간도 아니라고 매장해 버리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오늘 이 말씀은
그렇게 생각하는 나 자신은 어떤가를 깊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우리는 모두 세례성사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말씀을 생활의 규범으로 삼고 살아갈 것을 약속한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그런데 생활 가운데서 ‘현실’이라는 핑계로 얼마나 자주
말씀을 외면하고 이웃들에 대한 사랑에 소홀한지요. 
우리는 그럴 때마다 예수님을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님,
우리가 따르고자 하는 예수께서는 ‘현실’에 전혀 굴하지 않으시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기 위하여
현실적 사건들을 당신의 자유로 이끌어 가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죽지 않을 수 있었지만 당신이 벗으로 삼아 주실 사람들,
곧 나를 사랑하시기에 십자가의 죽음도 기꺼이 받아들이신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그것이 아버지의 뜻임을 믿었고
또 아버지께서 보살펴 주시리라 믿었기에 순종하셨습니다.

형제 자매님,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러한 예수님의 사랑을 겸손과 순종이라는 아름다운 말로써 노래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면서도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을 온전히 낮추어 인간이 되셨고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사랑으로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순종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로 모든 존재가
‘예수 그리스도는 주님이시다’라고 찬미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형제 자매님,
예수께서는 우리의 십자가를 없애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십자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또 십자가를 받아들일 때 어떤 결과를 얻게 되는지를
보여주시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그러기에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현실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하느님을 강하게 체험하느냐? 
얼마만큼 주님께 사로잡히느냐?”하는 것입니다.

현실에서 나를 유혹하고 약하게 만드는 많은 사건들 안에서도
'자유’와 하느님의 보호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십자가의 주님을 철저하게 닮아야 합니다. 

십자가의 주님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십자가를 극복하고 영광에로 나아갈 수 있는
진정한 힘임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형제 자매님,
우리는 오늘 미사에서 그분께 이렇게 기도합시다.

우리 각자에 대한 사랑 때문에 기꺼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
당신을 따르기 위하여 당신을 닮고자 하는 저희들에게,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나의 욕망들을
기꺼이 십자가에 못 박을 수 있는 사랑을 더해 주소서.


대구 신학교에서 안드레아 신부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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