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4주간 목요일(탈출 32,7-14/ 요한 5,31-47)
몇 년 전 두 딸을 두신 홀어머니께서 쓰러지셔서 병상에 눕고 말았습니다. 하도 딱해 대학에 다니는 언니 등록금을 익명으로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등록금이야 도와주었지만, 그 학생의 성적은 시험 채점 그대로 처리하는 것이 정의롭기 때문에 그대로 처리했습니다. 그 해 방학 때 우연히 그 학생을 만났는데 성적을 잘 주지 않았다고 저에게 많은 원망과 섭섭함을 표현하였습니다.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그 학생이 받은 등록금이 내가 준 것임을 알았다면 그렇게 섭섭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엄청난 구원의 일들을 행하셨습니다. 과분하게 넘치고 넘치도록 베풀어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백성들은 눈에 보이는 현실에 집착하고 그 현실만을 가지고 판단을 하였기 때문에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을 쉽게 망각하였습니다. 이집트의 노예생활에서 해방시켜주시고 낮에는 구름기둥과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을 보호하고 인도해주셨지만, 당장의 현실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을 지르고, 하느님을 배신합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서 우린 배은망덕(背恩忘德)이라고 말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배은망덕은 수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숭배 하는 것으로 절정에 달합니다. 참 고약한 백성입니다.
그 고약한 백성이 혹시 나 자신의 모습은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지금까지 나에게 베풀어주신 은총을 다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분께서 나에게 쏟으신 그 심혈을 생각하면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닙니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5)라고 노래한 그 노래를 자나 깨나 읊으면서 하느님을 찬미 찬송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시는 그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한다면 나는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일생을 바치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린 자주 그 하느님께 배은망덕하고 갖가지 현실적인 것들에 마음을 온전히 빼앗기는 우상숭배에 빠집니다. 그것들이 우선은 나에게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하느님께로 향하는 우리의 마음을 빼앗거나 방해한다면, 그것이 가족이 되었건 재물이나 건강이 되었건 간에, 그것들은 우리에게 우상임에 틀림없습니다. 만일 우리가 하느님이라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보다는 자기 집안의 무사태평(無事泰平)을 위해 성당에 다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배은망덕의 치를 떨 것입니다!
사순 제4주간 목요일/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닙니까? - 하성호 신부님
2007. 3. 23. 오전 9: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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