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2 /[강론] 꽃같은 놈[류해욱신부님]

2007. 3. 23. 오전 9:26:21

글자
꽃 같은 놈



  왜 유다인들, 특히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을 미워했을까요? 그들이 예수님을 오죽 미웠으면 죽이고 싶기까지 했을까 생각하면 참 슬퍼집니다. 여러분들, 어느 때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게 됩니까? 여러분들은 사람을 미워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신다고요.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사람을 많이 미워해 보아서 잘 압니다. 뭐, 정말 그 사람이 나쁘거나 나에게 잘못했기 때문에 미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냥 상대를 나와 비교할 때 그가 미워집니다. 대개 상대가 나보다 잘났다고 느낄 때, 그가 미워집니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이 “지가 뭔데?”라는 욕이지요. “지가 뭐 잘났다고…….” 우리는 남이 잘난 것을 참 못 봐주는 경향이 있어요. 좀 봐 주면 서로 좋은데 그게 잘 안 되지요.

  오늘 복음에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미워한 이유의 정답이 나와 있어요. “그분께서 안식일을 어기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당신 아버지라고 하시면서 당신 자신을 하느님과 대등하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라고 되어 있네요. 그들도 인간이니까 가끔은 안식일을 어기고 싶었겠지요. 그런데 자기들은 겁이 나서 감히 못하는데 예수라는 자는 겁 없이 안식일을 어기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안식일을 어기면 큰일 나야 하는데, 벼락을 맞아 죽어야 하는데 멀쩡하거든요.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나는 겁니다. “지가 뭔데. 감히 우리가 못하는 일을 하는거야.” 게다가 예수님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그들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언어도단입니다. 자기들은 감히 하느님의 이름, 야훼조차 입 밖에 내면 큰일 나는 줄로 알고 있는데 예수라는 자는 감히 그 존엄하신 하느님의 이름을 부를 뿐만 아니라 그분을 아빠 (예수님이 쓰시던 아람어로 Abba가 우리말 아빠처럼 아버지를 친근하게 부르는 애칭입니다.)라고 부릅니다. 이것이야말로 정말 눈뜨고 못 봐주는 일입니다. “지가 뭔데……. 감히 하느님을 아빠라고 불러?”

  

  늘 이웃에게 불만투성이인 사람이 있었답니다.

  "난 이 마을 사람들처럼 비열하고 치사한 사람들은 본 적이 없어. 그들은 저질이고 자기 욕심만 채우는 이기적인 사람들이지. 모두가 자기가 무얼 잘못하는지 모르거든. 그들은 영원히 다른 사람들의 결점만을 떠들어 대고 있을 거야."

  우연하게 그 곁을 걷던 천사가 물었습니다.

  "아니, 정말 그렇단 말입니까?"

  "물론이지요. 우리를 향해 오고 있는 저 사람 좀 보라고요. 비록 그의 이름은 잊어버렸지만 난 그의 얼굴을 잘 기억하고 있지요. 저 탐욕스럽고 잔혹한 눈을 보세요. 자신이 무슨 사립 탐정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저기 쏘아보고 있잖아요.”

  천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너무도 잘 봤군요. 너무도 잘 알고 있고요. 하지만 당신은 아직도 한 가지만은 파악을 못하는군요. 그것은 당신이 지금 거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은 내면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셨어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진짜 내면의 모습을 비춰보도록 이끌어주셨지요. 거울을 보니까 자기의 모습이 보이는 겁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자기 자신인지도 모르고 미워지는 겁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겉모습과 다르거든요. 우리가 내면의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면 얼마나 화가 납니까? 화풀이를 엉뚱한 거울에게 합니다. 그래서 거울에 대고 욕을 합니다.


  제가 최근에 알게 된 재미있는 시 하나 들려드립니다.


벗에게 부탁함


                    정호승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올 봄에는

저 새 같은 놈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봄비가 내리고

먼 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저 꽃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 같은 놈이 되고 싶다


  예수님은 정말 봄에 연두색 잎이 돋는 나무 같은 분이셨고,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봄비 같은 분이셨고, 닫힌 마음을 환하게 열어주는 꽃 같은 분이셨지요.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예수님에게 ‘저 나무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 저 꽃 같은 놈’이라고 욕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저 주정뱅이 같은 놈, 저 세리 같은 놈, 저 창녀 같은 놈’이라고 욕을 했어요. 왜 그렇게 욕을 했는지 아시지요? 예수님이라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내면 안에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때로 술주정하고 싶은 마음, 때로는 돈을 긁어모으고 싶은 마음, 때로는 방탕하고 싶은 자기 내면의 마음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것이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자신의 모습인지 모르고 엉뚱하게 거울에 대고 욕을 한 것입니다. 욕으로 끝나면 좋은데 그 모습이 미우니까 죽이고 싶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도 누군가가 미워질 때, 그 사람 안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저 주정뱅이 같은 놈’ 대신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해 보세요. 그러면 자신이 나무 같은 사람이 될 테니까요. 누군가에게 ‘저 꽃 같은 놈’이라고 해 보세요. 바로 자신이 꽃 같은 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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