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옥의 차이
-정욱신부-
천국이 어떻게 생겼을지 지옥이 어떻게 생겼을지를 정확히 알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누가 그랬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많지만 직접 다녀와본 적이 없으니 있다는 것을 믿을 뿐 그 곳에 사정은 영 캄캄합니다. 아는 것이라고는 천국은 그저 행복한 곳이라는 상상의 나래와 지옥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이 있다고 전해들은 게 다 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천국과 지옥에 관한 조금은 다른 짐작을 가능케 합니다. 사순절을 보내는 우리에겐 우리가 어떻게 주님과 함께 이 시기를 잘 살아 천국을 미리 맛볼 수 있는지, 혹은 지옥을 피할 수 있는지를 알려 줍니다.
주님은 먼저 천국에 들어갈 사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도대체 영문을 모르는 이들에게 예수님은 이 말씀을 이렇게 풀이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그리고 지옥에 들어가게 될 사람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십니다.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 부하들을 위하여 준비된 영원한 불 속으로 들어가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이지 않았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고, 내가 병들었을 때와 감옥에 있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
그들 역시 영문을 모르자 주님은 이렇게 풀이해주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천국의 모습과 지옥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누가 천국과 지옥에 들어가게 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사람과 해 주지 않는 사람이 그들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저는 천국과 지옥을 우리가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아도 천국을 알겠고 지옥을 알겠기 때문입니다.
천국에는 굳이 뭐가 있을 필요가 없을 듯 보입니다. 세상을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데 그 나라에 도대체 뭐가 있어야 하겠습니까? 누구나 도와주고 누구나 해방시켜주고 누구나 위로해주려는 이들이 모여 사는데 그곳이 금은보화가 무슨 소용이며 맛난 음식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그래서 그곳은 오히려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더 소담하다 해도 행복이 절로 느껴집니다. 그들의 삶을 입에, 그리고 머리에 옮기는 순간 부터 말입니다.
지옥에는 불보다 더 무서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오히려 꺼지지 않는 불보다 그들의 눈초리에 불안감에 초조함에 더 못살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지옥을 머리에 그리는 것보다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옥의 고통이란 말 안해도 알 것 같습니다.
천국이 이 보다 더 좋고, 지옥이 이 보다 더 무서운 곳이라면 그건 생각조차 할 수 없으니 하느님께 맡길 일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제시된 이 천국의 길과 지옥의 길은 사실 세상을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으니 우리가 사순절에 행해야 할 일들이 곧 천국의 길이되고 또 사는 방법이 되리라는 것을 알아듣는 것이 중요할 듯 싶습니다. 사순절 하루 하루가 고통이요 인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일 천국의 삶이라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하게 그 일들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 마저도 억지로라면 그것은 진심이 아닐테니 좀 생각해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참으로 남을 돕고 위로하고 사랑하는 것이 행복한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양과 염소는 주님이 가려내실테니 그것으로 고민하지 말고 지금 우리의 삶에 누군가를 천국으로 보내드릴 수 있도록 오늘도 노력하며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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