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제 1 주일/하느님의 아들이라면 - 조성호 신부님

2007. 2. 26. 오전 9:36:30

글자

다해 사순 제 1 주일

2007. 2. 25.

토평동.

신명 26, 4-10.

로마 10, 8-13.

루가 4, 1-13.

 

사랑하면서도 너무 높이 우러러보이는 분, 나의 주님. 분명 그분께서는 당신의 모든 것을 버리시고 우리에게 오셔서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시고,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셨지만, 그래도 그분의 삶이 너무나 고결해보여 가까이 하기엔 왠지 너무 크게 느껴지시는 분이십니다. 가끔 교우들과 함께 자리할 때면 어려워서 가까이 못 앉겠다는 분을 만납니다. 그럴 때면 뭐가 어렵냐며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사제가 되기 전 청년 활동을 하면서 교사를 할 때 바라보았던 신부님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그것이 이해가 됩니다.

 

예수님. 역시 우리 가운데 계시고 너무나 인간적인 분이시지만, 인간적으로 보면 너무나 큰 분이어서 어렵기도 합니다. 묵상으로는 친근하게 느끼면서도 말이죠. 그러나 오늘의 말씀을 들을 때면 주님이 한층 가까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그 이면에 다시 너무 큰 분으로 다가오지만 말이죠.

 

철저히 인간이셨던 그분께서도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것은 그분께서 유혹을 받으실 때의 모습이 “성령으로 가득 차 있는”(루카 4, 1)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유혹을 받는 자신을 자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자신을 자책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유혹을 당하게 되는 자신을 너무 몰아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주님께서도 유혹을 받으셨고, 그분께서는 성령으로 가득 차 있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사탄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눌 때, 그분의 빵을 먹을 때에도 사탄은 자신의 계략을 수행했습니다. 사탄은 강하다고 할 때 은근하게 다가오는 존재입니다.

 

일단 우리는 유혹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예수께서는 이 유혹에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배워야 하겠습니다. 가만히 살펴보십시오. 사탄이 은근히 예수를 꼬드깁니다. 그가 하는 말은 늘 이것으로 시작합니다.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루카 4, 3.9.) 내가 가지고 있는 권한에서부터 유혹은 시작됩니다. 네가 반장이야? 그럼 이거는 할 수 있잖아. 네가 부장이야? 그럼 이 정도는 네 선에서 할 수 있잖아. 누구라도 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다가오는 유혹은 유혹으로도 여겨지지 않습니다. 그럴 것 같은 것,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되는 것으로 다가와 나를 꼬드깁니다. 내가 가진 권한을 이용해서 나를 꼬드기는 것, 고도의 유혹 전략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말을 통해 사탄은 예수님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권한을 행사하게 합니다. 높은 사람의 아들이니 그 아버지의 지위 권한을 이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죠.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다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은 아래에서 믿음의 인간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 아들로서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그분께 믿음을 둘 수 있느냐는 내 믿음의 역량을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철저히 인간이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분의 믿음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수시로 네가 그리스도인인데 하느님께서 이렇게 두시겠냐? 하면서 그분을 시험하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앙인입니다. 신앙인이 뭡니까? 전적으로 그분을 믿고 내맡기는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영화 ‘1번가의 기적’을 보는데, 거기에서 처참한 상황에 예수를 믿으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는 구절이 적힌 현판이 나옵니다. 과연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우리는 주님을 믿을 수 있을까? 저 역시 의구심을 품게 되지만, 그래도 믿을 분은 주 예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을 가진 이,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모두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로마 10, 13)

 

사탄은 집요합니다. 40일을 유혹하고, 다시 그 유혹에 유혹을 더해 유혹하고, 그래도 안 되니 다시 “다음 기회를 엿보며”(루카 4, 13) 물러갑니다. 사탄은 포기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신앙인도 포기가 없어야 합니다. 그 힘을 어디서 받겠습니까? 바로 모델을 예수에게서 찾습니다. 사탄이 예수님을 유혹할 때, 예수님께서는 오로지 성경의 말씀으로만 답변합니다. 예수께서 유혹을 이겨내는 방법이란 성경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늘 받게 되어 있는 유혹에서 우리가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경의 말씀이라는 것이죠.

 

철저히 인간이셨던 예수께서는 어려서부터 성경의 말씀과 함께 살았고, 그 성경 속에서 지혜가 날로 자랐습니다. 삶이 성경의 말씀과 함께 했던 예수께서는 유혹에도 의연합니다. 사탄은 살살 꼬시며 예수님께 찝적거리지만, 예수께서는 의연하십니다. 유혹에 열을 내봐야 싸움밖에 나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결국 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참을 건 참고, 답할 것은 말씀밖에 없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님, 제게 유혹을 없애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도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런 유혹들이 나에게 면역력을 길러 건강하게 해줌을 압니다. 그러니 그 유혹을 없애시는 것이 아니라 유혹을 이길 힘을 주시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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