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음 : 루가 4, 1-13 안녕하십니까, 청취자 여러분, 겨울이 다 끝났다고 하기에는 좀 미심쩍인 점이 있지만 봄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을 확연히 감지할 수 있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3월 첫주일의 복음말씀 중에는 저 자신을 복잡하게 하는 말씀이 한 구절 있습니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은 아니다' 하는 말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을 전후시대에 보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전쟁직후라 생활터전을 잃고 많은 사람들이 구걸하며 살았습니다. 당시 시골농가인 저희 집에도 아침마다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바가지에다 밥을 조금 덜고 거기다 김치를 얹어서 저보고 항상 갖다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것을 갖다주고는 물끄러미 그 아저씨를 지켜보는 때가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아저씨는 얼마나 맛있게 드시는지 쳐다보는 제가 다 침이 삼켜질 정도였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밥은 절대적이다'라는 것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입니다. 그 소중한 밥, 인간을 좌우하는 밥을 상대화시키는 오늘 성서의 말은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합니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는 '빵이 꼭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우리는 먹어야 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빵을, 다시 말해서 밥을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그다지 존경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말씀 '빵으로만 살지 않는다'는 말이 행여나 배부른 사람이 함부로 빵을 업신여기는 말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육체를 가지고 있는 한 그 사람이 백만장자든 수행자든 반드시 빵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빵을 추구하느냐입니다. 오늘 성서의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팔아서 빵을 추구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십니다. 즉 정당하게 빵을 추구하는 것이 참으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부당하게 한끼 빵을 추구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한끼 빵을 포기하는 것이 훨씬 인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당하고 성실하게, 자기의 노력과 땀으로 빵을 추구하는 모든 사람은 결과적으로 빵을 넘어서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결국 오늘 우리가 새겨야 하는 메시지는, 빵의 차원에서 살아가지만 빵의 차원을 넘어서는 인간의 위대함입니다.
그 위대함은 다시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빵을 추구하는 삶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사순절을 시작하며 교우님 모두에게 이런 인간의 위대함이 더욱 실천되는 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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