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마지막 환자[류해욱신부님] 2007.02.25

2007. 2. 26. 오전 9:21:33

글자

마지막 환자



  내가 달리아를 만난 곳은 응급실이었다. 달리아는 경찰에 의해 체포된 상태였다. 두 시간 전 달리아는 태어난 지 겨우 3주 된 아들 티제이를 데리고 병원에 달려왔다. 아기의 고열 때문이었다. 당직이었던 레지던트는 아기가 너무나 작고 피부에 푸른 멍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달리아는 아주 어린 미혼모였다. 레지던트는 엄마를 보고 지레 짐작으로 유아학대라고 진단을 내려 경찰을 불러 달리아를 체포하고 조사를 받게 했다.

  그 당시 나는 응급실의 소아과에 관한 책임을 지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불려오게 되었다. 내가 응급실에 갔을 때 티제이는 당국의 보호 아래 입원 수속을 마친 상태였다. 나는 달리아를 담당한 경찰을 만났다. 나는 아기의 엄마를 데려가기 전 내가 직접 아기를 진찰하고 엄마를 만나겠다고 했다. 그들은 내키지 않아 하면서도 동의했다.

  달리아가 임신했을 때는 불과 열다섯 살이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다니던 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녀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팔은 품에 안은 아기를 부둥켜안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아기의 옷을 벗겨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그녀가 아기를 돌보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양손에는 문신으로 덮여 있었다. 아름다운 문신이었다. 그녀는 아기를 발가벗겨 진찰대 위에 눕히고 얇은 모직 담요로 덮어 주었다. 티제이는 정말 작고 연약했다. 아기의 증세는 탈수처럼 보였다. 나는 엄마에게 아기를 어떻게 돌보는지 물었다. 머뭇거리면서 달리아는 아기가 얼마나 게걸스럽게 먹고 또 토해내는지 말했다. 그녀는 아기가 얼마나 오래 울고 보채는지 너무 힘들다고 했다.

  나는 벽에 기대 팔짱을 끼고 아기를 바라보는 레지던트에게 물었다.

“비후성 유문협착증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는 손가락으로 아기의 작은 배를 만져보았다. 갈비뼈 바로 아래의 유문 근처에 올리브만한 덩어리가 잡혔다. 분명한 비후성 유문협착증의 징후였다.

  “도대체 이 아기가 유아학대를 당했다고 생각한 근거가 뭐죠?”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태어난 지 3주나 되었는데도 막 태어난 아기의 몸무게 밖에 나가지 않잖아요.”

  그는 침대 쪽으로 와 아기를 안아 어깨와 등을 보여 주었다. 아기의 몸에는 푸른빛이 도는 얼룩이 있었다. 그것은 흑인 아기의 70-80 %의 아기들에게서 보이는 것으로 태어날 때부터 지닌 반점이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비후성 유문협착증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경찰이 가고 티제이는 입원 수속을 하고 수술 일정을 잡았다. 그 후 나는 달리아에게 그 일에 대해 사과를 했다.

  “괜찮아요. 선생님, 괜찮아요. 그들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제가 아기를 때린 적이 없다고 했지만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나는 달리아의 말에 매우 마음이 아팠다. 그 후 일 년 반 동안 나는 아기 티제이와 엄마 달리아를 만났다. 티제이는 내가 1976년 소아과를 그만 둘 때 내 마지막 환자가 되었다. 티제이를 보기 몇 시간 전 나는 책상을 정리하면서 자신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과연 내가 소아과 의사로서의 경력을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몇 년 동안 나는 소아과 의사로서 수천 명의 아이들을 돌보았다. 내가 다시 아이들을 돌보게 될 것인지 나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간호사가 티제이와 달리아가 와서 기다리고 있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들을 보러 갔다. 티제이는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가 되었다. 나를 보더니 소리를 지르며 안아달라고 두 손을 위로 치켜 올렸다. 그 아이를 진찰하면서 나는 다시 의문이 꼬리를 쳐드는 것을 느꼈다. 나는 내 환자인 아이들을 사랑했다. 어떻게 내가 소아과를 그만 둘 수가 있는가? 내 생의 절반을 넘게 나는 이 일을 위해 교육을 받았다. 나는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 날이 소아과 의사로서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달리아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왔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그것에 대해 몇 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언제나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었다. 의료계에도 변화가 필요하고 몸뿐만 아니라 영혼을 돌보는 일이 매우 중요하며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려는 내 생각을 지지해 주었다. 나는 내 선택이 옳은 것이라는 확신을 지녔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자 두려웠다.

“티제이가 내 마지막 소아과 환자가 될 거예요.”

더 이상 아이들을 돌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달리아가 살며시 내게로 다가와 자기의 손을 내 손에 포개었다. 그녀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끔찍한 밤을 상기시켜 주었다. 아무도 자기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전혀 믿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 병원이 병들었어요. 그들은 보지도 못하고 들을 수도 없어요. 마음과 영혼이 없어요. 항상 그런 식이에요. 선생님이 이제 아이들을 돌보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의사인 것은 변함이 없잖아요. 선생님은 이제부터 더 아픈 환자들을 돌보게 될 거예요.”

  그녀는 잠시 고개를 돌리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제가 선생님을 위해서 기도하겠어요. 선생님은 그분을 위해 일하시지요. 그분이 선생님을 돌보아 드릴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분이 선생님이 가셔야 할 곳으로 데려가실 거예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자기 목에서 금 십자목걸이를 벗겨 내 목에 걸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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