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본래 모습
-강영구신부-
스승 예수님, 옛날이나 지금이나 당신은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계십니다. 오늘 높은 산 위에서 제자들 앞에 드러내신 황홀한 모습도 당신의 본래 모습은 아닙니다. 당신의 모습은 언제나 신비로 남아있습니다. 베들레헴 동굴에서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로 태어나셨을 때, 열두 살 되던 해 예루살렘 성전을 아버지의 집이라 주장하며 부모들을 놀라게 할 때, 출가하여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실 때, 40일간 단식하시며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으실 때, 가난한 랍비가 되어 갈릴레아 지방을 구름처럼 떠돌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실 때, 세리와 창녀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어 그들과 어울려서 먹고 마실 때, 병자들의 아픔을 당신의 것으로 여겨 그들을 치유하실 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수천 명의 배고픈 군중들을 먹이실 때, 말씀 한마디로 성난 파도와 바람을 잠잠하게 하실 때, 나귀를 타고 하느님의 도성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실 때, 제자들 앞에 노예처럼 무릎을 꿇고 그들의 발을 씻겨주실 때, 예수님, 저희들은 당신의 본래 모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감추어진 본래의 모습을 십자가 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내십니다. 십자가는 당신의 삶의 종착점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처형하는 일을 지휘했던 로마인 백인대장은 십자가 위에서 무력하고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당신을 보고 비로소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마르15,39) 하늘의 뜻(天命)을 이루는 일이라면 목숨마저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예수 안에서 이방인 백인대장은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아들’(마르9,7)의 모습을 봅니다.
오늘도 당신의 제자인 저희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는 날이 되게 하소서.(一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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