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17일 연중 제 6주간 토요일(성모의 종 수도회 창설자 7인 기념일)(다해)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 이회진 신부님

2007. 2. 17. 오전 10:48:08

글자
(2006년 강론을 옮겼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를 원하고,
행복을 얻게 되면 그 순간에 머무르기를 원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처럼 변하시고
엘리야와 모세도 함께 하는 놀라움에 자신도 모르게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밝히는 주님의 빛이 환하게 비추고,
조상들의 전통과 말씀이 함께 어우러지는 그 순간이 바로
베드로 자신이 찾고자 하는 애쓰던 하느님의 영광의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유다의 거친 모래 바람과 메마른 산악 지대를 걸어 다니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의 등살이나 천대를 받지 않아도 되고,
바리사이나 다른 유대 지도자들의 위협이나 감시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도 그렇고 우리 자신도 그렇고 하느님의 은총이 자신에게 다가오면
누구나 그 순간에 머물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그 행복한 순간에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산을 내려가자고 말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에 머무르도록 두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길은 “여정”이지 머무름이 아니라고 가르쳐주십니다.

베드로도 그렇고 우리 자신도 그렇고 행복에 머무르고 싶어합니다.
처음 세례를 받았을 때의 기쁨을 언제나 갖고 싶어하고,
처음 수도원 들어왔을 때,
혹은 하느님의 은총을 받았던 어느 때를 지금도 계속 누리고 싶어합니다.
결혼할 때 혹은 연애할 때의 기분을 계속 누리고 싶어합니다.
그것이 행복이고 그러한 시간과 느낌을 회복해야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요?
하느님의 영광이 비치고 엘리야와 모세가 함께 있는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일까요?
주님은 아니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은 처음 세례 받았을 때의 평화와 위안을 살아가길 원하시고,
처음 사랑할 때 연인처럼 행복한 때를, 신혼살림 할 때의 행복을 살아가길 원하시지
시간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자기만의 행복감에 도취되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가 구할 행복과 하느님의 나라는
산을 내려가 “함께 사는 동안”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울어 주는 것이 행복한 때가 있고,
내 아픔을 같이 하고, 다른 이의 아픔을 같이 하는 것이 행복할 때가 있고,
내 목숨이 아깝지만 다른 이를 위해 버릴 때조차 행복할 때가 있습니다.

매일 웃지는 못해도 아파하고 부대끼고 울면서도
아픔과 고통마저도 마음에 품으며 내일을 꿈꿀 때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베드로도 그렇고, 우리 자신도 그렇고
때로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머무르려 합니다.
이 행복의 순간을 잡으려 온 힘을 다합니다.

예수님은 그런 베드로에게 다시 산을 내려가도록 이끄십니다.
예수님은 지금 한 순간의 은총과 행복함에 목메는 우리에게
머무르지 말고 세상으로 눈을 돌리라고 하십니다.

우리를 둘러싼 삶이 끊임없이 변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듯이
우리가 느낄 행복과 하느님 나라도 그렇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따라 주님은 우리에게 산을 내려가라 재촉하십니다.

“주님, 당신은 저를 꾀었습니다. 당신의 달콤함으로 저를 꾀었습니다. 당신의 꾐에 또 빠져 떨리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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