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천국은 억눌린 민초들의 것이다][유영봉신부님]연중 제6주일(세계 병자의 날) 2007.02.10

2007. 2. 10. 오후 12:09:42

글자
천국은 억눌린 민초(民草)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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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교구 유영봉 신부-

묵상 길잡이 : 역사의 참 주역은 누구인가? 대통령이나 고관들? 소위 정책 결정자들이 역사의 주역인가?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루가6,20)이라고 선언하신다. 말없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끈질기게 삶을 가꾸어 가는 가난한 민초들이 역사 완성의 참 주인이며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1. 누가 역사의 주역인가?

요즘 우리 국민들은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등 새 정부가 등장할 때마다 기대가 컸다. 그러나 새 정부의 출현과 함께 치솟았던 인기와 기대는 번번이 배신으로 돌아왔다. 이런 쓰라린 경험 때문에 정치에 대한 불신을 지워버리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역사를 이끌어가며 발전시키는 주역이 누구인가?"하는 질문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같은 힘과 권력을 가지고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역사를 이끌어 가는 '역사의 주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치가들이 아무리 법석을 떨더라도 역사는 일반 국민들 즉 민중들이 살아주는 만큼밖에 진전되지 못하는 법이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실질적으로 삶의 질(質)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바로 이 백성들, 민초(民草)들의 땀과 희생 위에서만 솟아나는 것이기에, 역사발전의 참 주역은 바로 말없이 땀흘리며 사는 이 땅의 민중들이라는 주장이다. 이것이 민중신학의 견해이다.

2. 어떤 사람이 참으로 행복한 사람인가?

예수님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하늘나라'에 관한 것이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하고 선언하신다. 예수님은 하늘나라 완성에 참여하며 하늘 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시민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열거하신다. 오늘 복음의 산상수훈의 말씀은 "이런 사람들이 참으로 행복한, 하늘나라의 시민이다."하시면서 하늘나라의 「시민자격 헌장」을 선포하시는 것이 아닌가? 가난하고, 굶주리고, 울고, 미움을 받는 사람들, 욕을 먹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옳은 일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하늘나라를 완성시키고 차지할 사람들이며, 구원될 사람들이라는 선언이다. 이들만이 참 행복에 참여할 사람들이다. 왜 이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들이며 구원받을 사람들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시는가?

3. 구원역사 안에서 보는 「야훼의 가난한 자(anawim)」의 특권.

오늘 복음의 산상수훈의 말씀은 거슬러 올라가면 오랜 뿌리를 가지고 있다. 일찍이 이사야 이후에 등장한 스바니아 예언자는 선(善)과 악(惡)에 심판을 내릴 '징벌의 날'에 살아남을 사람들을 열거하면서 "나는 네 한가운데에 가난하고 가련한 백성을 남기리니, 그들은 주님의 이름에 피신하리라. 이스라엘의 남은 자들은 불의를 저지르지 않고, 거짓을 말하지 않으며, 그들 입에서는 사기치는 혀를 보지 못하리라. 정녕 그들은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으며, 풀을 뜯고 몸을 누이리라."(스바3,12-13)하셨다. 이 얼마나 민초(民草)들에게 선포된 희망적인 복음인가?

「야훼의 가난한 자(anawim)」의 구원 소식은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미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신다."(루가1,52)고 하신 성모님의 마니피캇에서도 또 한번 선언된다. 오늘 복음의 말씀도 같은 맥락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로마의 식민 통치 하에서 가난에 시달리며 희망 없어 보이는 이스라엘 군중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굶주리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제1독서(예레17,5-8)에서는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와 스러질 몸을 제 힘인 양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으리라. ..... 그러나 주님을 신뢰하고 그의 신뢰를 주님께 두는 이는 복되다. 그는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아 제 뿌리를 시냇가에 뻗어 .... 가문 해에도 걱정 없이 줄곧 열매를 맺는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는 "돈이면, 권력이면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우상숭배에 빠져있다. 돈이 많으면서도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며 그분을 두려워 할 줄 알고, 그분의 법을 따라 살기는 쉽지 않다.

오늘 복음은 가난하고, 힘없고, 그래서 의지할 곳이라고는 하느님밖에 없는 백성, 항상 억압받고 이용당하지만 하느님을 믿기에 양심을 속일 줄 모르고, 법 없이도 살 겸손하고 어진 백성들, 그러면서도 자기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꿋꿋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사는 이런 백성들이 하늘나라를 차지할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선언인 것이다. 수 없이 짓밟혔으면서도 끈질기게 되살아나서 자기 몫을 말없이 해내는 어린양 같은 민초들이야말로 역사발전의 주역이며 참 행복을 누려야 할 하늘나라의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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