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영혼의 오염[박기흠신부님] 연중 제5주간 수요일

2007. 2. 8. 오전 8:16:20

글자
연중 제5주간 수요일

- 박기흠 신부-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로 생겨난 전통들이 우리에게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전통을 준수하고 지키는 것은 그 사회를 존중하는 것이며 때로는 이롭다. 그러나 오랜 전통을 지킨다고 해서 스스로 자신을 두고 선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선하다’라고 스스로 자부하는 우리의 위선과 가면을 성실하게 벗겨 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나아가 그 전통들이 한낱 인습에만 매달려 천륜과 인륜을 어기는 일이 있다면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전통이라고 해도 그로 말미암아 하느님의 법이 파손된다면 그 전통은 쇄신되거나 부정(否定)되어야 한다고 본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 당신 반대편에 있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음식 먹기 전에 손을 씻는 인습(1-8), 코르반에 대한 비판(9-13)에 이어 ‘금기 식품’에 대한 이스라엘의 형식적인 전통주장들을 비판하시고,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 7, 14-16)고 하시면서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것을 예수께서 밝히신다.


  예수님은 형식적인 정결례가 아닌 새로운 윤리를 말씀하시는데,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그를 더럽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데, 마음의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7, 20-23)고 하신다.


  예수님의 윤리는 양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사실 우리 인간의 행동의 모든 방향과 계획은 양심에서 나온다. 마음의 굴절, 편견, 거짓과 위선적인 사회일수록 사람을 차별하고, 특권층과 소외층, 억압자와 피억압자를 낳는다. 당시 이런 사회는 만연하였지만 새로운 윤리를 말씀하시는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불결해지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신다. 그런 예수님의 태도는 오히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갈등을 낳는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오류를 인내로 참아주시지만, 거짓과 위선은 가차 없이 단죄하신다. 그래서 예수님의 윤리야말로 안전한 윤리이며 겉모습이 아니라 양심을 중요시 여기시며, 마음을 덮고 있는 완고한 가면마저 벗겨 내신다.


  예수님의 윤리와 양심 법에 어긋난 시대의 역설들은 우리들 가운데에서 잔재하여 우리들 시야를 어둡고 흐리게 하고 있다. 사람과 건물이 높아졌지만 우리 인격도 그만큼 높아졌는지?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우리의 시야도 그만큼 넓어졌는지? 과거 어느 때보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기쁨도 그만큼 많아졌는지? 학력과 지식은 높아졌지만 상식과 판단력 또한 그만큼 높아졌는지? 전문가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그만큼 세상 문제는 줄어들었고, 약은 많아졌지만 양심은 그만큼 맑아졌는지? 아니면 너무 분별없이 향락에 빠지고 소비는 늘어나지 않았는지, 너무 성급히 화를 내며, 너무 드물게 기도하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더 깊게 배우고 넣는 법도 배워 익혀야 한다. 달도 갈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우리 반대편에서 인생길을 외롭게 가는 이웃들에게 사랑과 평화의 선물도 나눠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주를 정복했고, 공기 정화기는 갖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안의 세계는 더욱더 회복하고 영혼의 오염은 더욱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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