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허근 신부-
전도(顚倒)된 가치관, 비 윤리적인 도덕관으로 퇴락해 가는 인간들의 모습 안타깝도록 처절하기만 합니다. 약물, 행위, 대상에 중독된 사람들도 모두가 구원되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나를 온갖 스트레스와 불안에서 건져 주어 편안하고 즐겁고 더 강하게 해 줄 것이라는 착각과 호기심에서, 또 재미로 시작한 약물과 행위.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달콤한 미끼와 무서운 덫입니다. 사람이 어떤 물질이나 대상에 중독이 되면, 지능과 정서, 의지는 바닥에 떨어지고 영혼마저 병들고 맙니다. 후회와 죄책감으로 다음에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결심은 하지만 어리석은 악순환만 계속됩니다. “나는 내가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은 행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악을 행하고 있습니다”(로마 7,19).
중독이란 병은 신분, 교육정도, 직업, 경제상태, 연령,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교우들과 관계를 돈독히 한답시고 술을 마셨고, 때로는 괴로움을 달랜다고, 잠시나마 편안한 마음을 가지겠다고 마셨습니다. 그러다가 술이 제 삶의 중심이 되어버렸고, 마침내는 알코올 중독 치료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술이 저에게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 주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구속하고 불안한 생활로 몰아갔습니다.
중독자들은 자기만의 즐거움과 쾌락을 위해 신체나 정신적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중독물질을 찾아 방황합니다. 그것은 그 사람이 인격적으로 타락했거나 의지가 박약해서가 아니라, 중독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도 덜 맞아서 엇나가기만 하는가? 머리는 상처투성이이고 속은 온통 병이 들었으며 정수리까지 맞아 터졌는데 짜내고 싸매고 약을 발라주는 이도 없구나”(이사야 1,5-6). 중독자들은 자신에게 분명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중독 사실을 합리화하고 부정하며, 중독의 원인들을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중독 상태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의지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맙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은 중독으로부터 명백한 해결책을 제시해 줍니다. 중독의 상태에서 진정으로 변화되어 하느님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중독으로 인해 와해된 자신의 현실을 그대로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교만에서 벗어나 겸손하게 하느님의 힘과 능력에 의탁할 때 중독으로부터 회복될 수 있습니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가 4,18).
모든 중독에 빠져 있는 분들과 가족들이여! 오늘 주님의 말씀에 믿음과 희망을 가져 보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