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예수님이 미치셨다[김홍태신부님] /2007.01.20

2007. 1. 23. 오후 10:42:28

글자
예수님이 미치셨다?

-- 김홍태 신부 -


오늘 복음에 의하면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분주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그분의 일행이 가는 곳마다 군중들이 몰려들어 음식을 들 겨를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 군중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알고 그분을 찾아다니는데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을 미쳤다고 생각하다니!
과연 예수님의 말씀대로 예언자는 자기 고향에서 환영을 못 받는가 봅니다. 예수님의 친척들이 예수님을 미쳤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마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새이들이 예수님이 베엘제불, 곧 마귀 두목에게 사로잡혔다고 떠들어댔기 때문일 것입니다(마르 3,22).
그러나 오로지 가난한 자들과 죄인들을 찾아 그들에게 위로와 용서를 전하며 진리를 선포한 예수님이 어째서 미쳤다는 말입니까? 미치고 마귀 들린 건 예수님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선을 베풀 때에도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 스스로 나팔을 분다(마태 6,2).
그들은 기도할 때에도 남에게 보이려고 회당이나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6,5).
그들은 단식할 때에 단식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이려고 침통한 얼굴을 하고 다닌다(6,16).
그들은 부모에게 해드릴 것을 ‘하느님께 바쳤다’고 말만하면 부모를 봉양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15,5-6).
그들은 무거운 짐을 꾸려 남의 어깨에 메워 주고 자기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는다(23,4).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이마나 팔에 성구넣는 갑을 크게 만들어 매달고 다니며 옷단에는 기다란 술을 달고 다닌다(23,5).
그리고 잔치에 가면 맨 윗자리에 앉으려 하고 회당에서는 제일 높은 자리를 찾으며 길에 나서면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이 스승이라 불러 주기를 바란다(23,6-7),
그들은 성전을 두고 한 맹세는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성전의 황금을 두고 한 맹세는 꼭 지켜야 한다고 한다. 그들은 성전보다 황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23,16-17).
그들은 박하와 회향과 근채에 대해서는 십분의 일을 바치라는 율법을 지키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 같은 아주 중요한 율법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23,23).


이런 사람들이 바로 율법학자들이요 바리새이들입니다. 도대체 누가 미쳤고 마귀 들렸다는 겁니까?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에는 인도 마발 지방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 지방에서는 악마의 상을 희게 칠한다고 합니다. 악마는 흔히 정결과 정직의 탈을 쓰고 인간에게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율법학자들과 바리새이들이 그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리를 선포하고 실천하신 예수님을 오히려 마귀 들렸고 미쳤다고 말합니다.
이들을 향하여 예수님은 경고하십니다.
“잘 들어라. 너희가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더 옳게 살지 못한다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 5,20).


오늘날 현대 사회도 정상적으로 사는 사람을 미쳤다고 말하고, 비정상적인 사람이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처럼 거꾸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그러나 우리 크리스챤들은 아무리 세상이 뒤집혀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정의와 진리를 추구하며 올바르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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