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2주간 목요일 2007-1-18/차별의 은총 - 김상조 신부님

2007. 1. 23. 오후 10: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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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2주간 목요일       2007-1-18

 

차별의 은총

30+30은 60이다.
15+45도 60이고
15+30+15도 60이다.

묵주기도 환희, 고통을 다 바치고 나면 대체로 35분 걸리는데,
그냥 30분이라 생각하고 묵주기도를 하면서 운동을 한다.
요즈음은 무릎 수술자리가 걱정되어서 걷는 걸로 바꾸었다(30+30).
그러다가 가끔씩은 15분은 걷고 45분간은 뛰거나(15+45),
15분은 걷다가 30분간 뛰고 다시 15분은 걷는 걸로
운동시간 한 시간을 채운다(15+30+15).
결과는 똑 같지만 구성된 방법은 서로 다르다.
하나 하나만 따로 보면 정확하게 equal(=) 등호가 성립되지만
모두 같은 결과를 내는 등호를 보면 그것 모두에게 equal 등호를 주긴 어렵다. 그 땐 equity라고 한다.

예수님께 몰려드는 사람들,
그들은 그분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지면 병이 나으리란 희망을 갖고 몰려들었다.
그렇게 몰려든 모든 사람, 아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졌지만
병고침 받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왜, 누군 고쳐주고 누군 그냥 그대로 두시는가?
하느님의 은총이 공평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하느님이 베푸시는 은총은 차별적인 공평함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어느 곳 하나 적시지 않는 곳이 없지만
숲이 우거지게도 하고 홍수를 이루게도 한다.
하느님의 사랑, 은총, 자비는 무차별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차별적으로 공평하게 하신다.
이를 equity라 한다.
사회복지의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로서, “형평성”이라 한다.
각자의 사정이 천차만별인데 이를 조금도 고려치 않고 일률적으로 똑 같이 베푸는 것은,
언뜻 보기에는 공평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무지막지한 처사가 될 수도 있다.
차별적인 공평함 - 각자의 사정과 하느님의 섭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은총 - 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수님의 모습이 오늘 복음에서는 배를 타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따라서, 은총과 도움이 즉각 주어지니 않음에 실망하거나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우리는 피하시는 예수님께 대한 우리의 자세여야 할 것이다ㅣ

프랑스 작가 장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A Man who planted trees)은 이런 내용이라고 한다.
도보여행길에 나선 프랑스 젊은이가 폐허가 된 불모지를 지나다가 한 노인을 만나 하룻밤 신세를 지는데,
이 노인은 모두 떠나고 황량한 불모지만 남은 그 땅에 3년 전부터 도토리, 너도밤나무 등을 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그곳에 갔을 때는 황량했던 불모지에 나무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또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갔을 때엔 산마다 숲이 우거지고 물이 흐르고 새들이 노래하고 사람들도 다시 돌아와서 활기가 넘치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전경옥, “바지랑대의 노래”,매일신문사)

예수님을 찾는 우리들의 모습도 이 노인과 같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황량해진 땅은 도움이 절실한 우리들에 대한 하느님의 물러남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나무를 심으며 행복해하는 노인의 모습 속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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