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행복 없인 못살아요[문화순수녀님] /2007.01.18

2007. 1. 23. 오후 10:12:19

글자
행복` 없인 못살아요

-문화순 수녀(샬트르 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오늘날 현대인들이 몰려가는 곳은 어디인가? 어디 재계발 지역은 없는지, 몸짱을 만드는 곳은 없는지, 넘쳐나는 찜질방과 온천장·헬스 클럽·게임방 등이 현대인들이 모여드는 실상을 잘 말해준다.
작은 본당에서 잠시 도와주던 때다. 매일 성체조배 오시는 한 자매님이 하루는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그 자매님은 글자를 깨칠 수 없는 장애인이라고 했다. 친정에서는 불편 없이 지냈지만 시집가서 얼마 후 글자를 모르는 것이 들통나 남편의 구박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중에 첫아이를 낳았는데 뇌성마비 장애아였다. 그러자 시집 식구들도 대놓고 구박하기 시작했다. 자매님은 갈 곳이 없어 성당을 찾았고 세례를 받았는데 성당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런데 둘째, 셋째, 넷째까지도 뇌성마비 아이를 낳았고 냉대는 더욱 심해져 결국 집에서 쫓겨나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자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수녀님, 저는 첫아이 때문에 구원의 열매를 얻었고, 둘째아이 때문에 사랑의 열매를 얻었고, 셋째아이 때문에 겸손의 열매를 얻었고, 넷째아이 때문에 인내의 열매를 얻어 너무 기뻐요”라고 했다. 처음엔 내 귀를 의심했다.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장애 아이 넷을 파출부하면서 키웠는데 아이들이 일고여덟 살이 되면 그냥 천당으로 갔단다. “수녀님, 제가 키울 능력이 없으니 하느님께서 데려가시더군요” 하면서 그뒤로 딸 셋을 더 두었는데 착한 딸들이라고 얼굴이 환해진다. 막내를 가졌을 때 사람들이 모두 낙태시키라고 했지만 숨어숨어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낳았다면서 “지금 그 아이 없으면 저는 못살아요” 한다. 재롱을 얼마나 떠는지 ‘행복’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자매님은 “수녀님, 저는 하느님이 보이지 않아 너무 좋아요” 한다. 만약 하느님이 보였다면 돈 있고 힘있고 잘난 사람들이 먼저 성당을 다 메워서 자기같이 글자도 모르는 보잘것없는 사람은 성당에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란다. 하느님이 보이지 않으니 늘 성당이 비어 있는 것이고, 그래서 자기가 가고 싶은 때 성당에 들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것이었다.
어느 곳이나 성당이 텅텅 비어 있다. 하느님의 집인 성전은 비었는데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어디인가? 그 옛날 예수님 주위에도 사람들이 모였다. 그러나 그들도 진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병을 고치고 빵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내 살과 내 피를 마시는 사람만이 영원히 살 수 있다”고 했을 때 군중들은 “우리가 식인종인가?” 하며 모두 떠나갔다. 오늘 우리는 어디로 몰려가고 있는가? 진정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살아 계신 그분 곁으로 가는가, 아니면 이익이 생기는 곳을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생명과 거리가 먼 곳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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