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십시오” - 조성호 신부님

2006. 12. 9. 오전 10:10:30

글자

다해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2006. 12. 8.

토평동.

창세 3, 9-15.20.

에페 1, 3-6.11-12.

루카 1, 26-38.

최근에 이현주 목사님이 ‘드림 주식회사’를 차렸다고 합니다. 제도권이나 종파를 떠나서 진정 말씀 안에 계시는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그분의 삶이 멋있고 존경스러워 좋아합니다. 드림주식회사란 말을 들으면서 ‘아, 꿈꾸는 회사’. ‘꿈꾸는 이들이 모여 나눔을 갖는 일종의 모임이겠구나’라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그 단어를 보고 무릎을 쳤습니다. 주식회사란 바로 主式會社였던 것입니다. 주님의 방식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임. 우리가 알고 있는 사도행전의 초기 교회처럼 자신이 가진 것을 자발적으로 내어놓고 함께 나누어 쓰도록 한 것이 이 회사의 방침인 것입니다. ‘참, 예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이 회사의 방침 중의 하나는 ‘원하는 이에게 준다’는 것입니다. 영적 도움, 영적 갈망이 있는 사람에게 선물도 의미가 있는 것이죠.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의미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이곳에 와서 주님의 말씀을 듣고자 하는 사람, 무엇인가 얻고자 하는 사람이 주님의 선물을 받아갑니다. 늘 선물로 우리에게 하루를 주시고, 당신의 말씀을 주시며, 당신의 몸과 피를 내어주시는 주님이지만,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이에게 선물이 선물로 다가가는 것입니다. 보았으면 하는 사람이 보는 것이고, 들었으면 하는 사람이 듣는 것입니다. 주님의 옷자락이라도 대면 나으리라 여기는 사람이 주님의 권능을 체험하는 것이죠.

저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 교리를 새기면서, 그분께서 가지신 영적 기다림이 구세주 예수를 잉태하게 했고, 그 예수를 가지기 위해서는 성전인 그 몸 역시 죄 없어야 했음을 드러내는 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늘 우리의 모범이신 마리아를 바라보면, 그분의 삶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우리 역시 원죄 없이 잉태된 것과 같다는 생각입니다. 웬 뜬끔 없는 소리냐 하겠지만, 우리가 신앙을 가질 때의 모습을 생각해 보십시오. 세례를 받으면서 우리는 모든 죄를 사해 받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례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죠. 그러니 이미 영적으로 태어날 때 우리는 죄 없는 깨끗하고 순수한 상태로 새 세상에 나오는 것입니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는 영적으로 우리 역시 죄 없는 상태로 신앙을 가지게 되었음을 드러낸 표징입니다. 이러한 영적 출생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죄를 짓고 살아가지만, 그러나 그때마다 다시 일어서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라고 응답한다면, 마리아처럼 하늘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은총은 차고 흘러넘치는 것입니다. ‘은총이 가득하다’라고 했을 때, 은총의 충만함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인데, 하느님의 사랑이 그렇습니다. 은총을 주시는 분이 아끼며 주실 리 없지 않습니까? 그분은 늘 흘러넘치게 주시는 분이신데, 우리가 그것을 덜 받고서 그만하면 됐다고 잔을 치우는 것입니다. 받지 않으려 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은총을 받을 수 있도록 여기 있습니다 하고 잔을 드려야 합니다. 마리아께서 하시는 모습을 보십시오. “보십시오.”(루카 1, 38) 당신의 은총, 당신의 힘을 제게 주십시오. 다른 데 보지 마시고, 저를 보십시오. 여기 있습니다. 하느님의 선택에 자신 있게 “나”를 보여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하느님께 “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나를 내미십시오. 완전히 일임하는 것처럼 백지수표로 내십시오. ‘당신이 알아서 쓰십시오’하는 마음이 바로 “보십시오”하는 마음입니다.

이것이 주님의 방식입니다. 당신은 흘러넘치도록 은총을 주시고, 우리는 “보십시오.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실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38)하고 응답하는 것, 이것이 주님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이 ‘주식회사’를 운영하면서 잘 살아야 하는 주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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