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주년]성령 강림 대축일 | 전례생활

2006. 10. 26. 오후 5:55:50

글자
성령 강림 대축일

부활시기의 마지막 날인 오순절(五旬節)에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낸다.
오순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밀을 추수하여 감사제를 드리던 축제일로서 야훼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맺은 계약(출애 19장 참고)을 기념하던 축일이다. 이날 성령께서 강림하심으로써 교회[신약의 새로운 백성]의 탄생일이 되었다.
성령 강림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총을 만백성에게 적용시키기 시작했다.

성령 강림의 의의
불혀 모양으로 강림한 성령께서는 사도들의 지혜를 밝혀 주고(빛), 마음을 뜨겁게 해 주며(열), 여러 가지 언어를 하는 능력으로(혀), 세상을 그리스도 안에 하나로 뭉쳐 나가기(힘) 시작했다(사도 2,1-47 참고).
이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을 거역하기 위하여 모의하던 말을 뒤섞어 놓으신 그 벌[바벨탑 이야기: 창세 11,1-9 참고]을 거두시고 온 인류를 한데 모으시려는 당신의 구원계획을 드러내 보이신 것이다.
추수 감사제에 성령을 보내심은 이제 모든 사람을 추수[모으심]할 때가 되었음을 나타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한 하느님 나라가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구약시대에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 이스라엘을 율법과 정의로써 다스리셨지만 ‘새로운 계약’을 맺은 ‘신약의 백성’은 성령의 은총과 사랑으로 다스리겠다는 하느님의 의지를 나타내 보이신다.
성령께서는 부활한 예수님의 영이요, 그가 선포한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시는 분이며, 우리의 위로자[협조자]와 보호자로 오신다. 성령께서는 예수님이 말씀하시고 행동으로 가르쳐 주신 진리를 세세대대로 전하며 더욱 깊이 터득케 하고 실천케 하는 분이시다.
지상의 나그네요 순례자인 교회는 세상 종말까지 성령과 함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세계 만방에 선포하며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구현할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
신약의 백성을 보호하고 영도하시는 분,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재림 때까지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분은 바로 성령이시다.

성령 강림 전례
우리는 전례 중에 성령께 기도드린다. 성령께서는 전례 안에 활동하시어 우리가 행하는 모든 전례행위를 그리스도의 행위가 되게 하신다. 연중시기가 모두 ‘성령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령께 기도한다기보다는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기도하신다(로마 8,26 참고). 성령을 통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고, 성령을 통하여 우리는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날 특별히 미사 중에 다음과 같은 ‘성령송가’를 바친다.

오소서 성령님, 당신의 빛, 그 빛살을 하늘에서 내리소서.
가난한 이의 아버지, 은총의 주님, 오시어 마음에 빛을 주소서.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 생기 돋워주소서.
일할 때에 휴식을, 무더울 때 바람을, 슬플 때에 위로를.
지복의 빛이시여, 우리 마음 깊은 곳을 가득히 채우소서.
주님 도움 없으면 우리 삶 그 모든 것 이로운 것 없으리.
허물은 씻어 주고 마른 땅 물 주시고 병든 것 고치소서.
굳은 마음 풀어 주고 찬 마음 데우시고 바른 길 이끄소서.
성령님을 믿으며 의지하는 이에게 칠은을 베푸소서.
공덕을 쌓게 하시고 구원의 문을 넘어 영복을 얻게 하소서.

〈 우리의 생활 〉
?이상한 언어, 구마, 예언, 치유 같은 성령의 특별한 은혜는 교회의 기초를 놓는 데 필요했던 것이다.
사도 바오로는 성령의 은혜에 대해서 고린토 전서 12장과 14장에서 상세히 말하는데, 그 중간[13장]에서 사랑에 관해 강조한다. 그 첫머리에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를 말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하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꽹과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전제한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것이다”라는 말대로 성령께서는 무엇보다도 극히 일상적인 일, 즉 그리스도교적 사랑 안에 현존하신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절제”(갈라 5,22)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성령의 인도와 은총으로 사는 그리스도인은 숨은 성실, 몰아적 친절[예, 고통받는 병자들을 위하여 헌신하는 것], 묵묵하고 겸손한 의무수행[예, 어머니가 가정을 돌보는 것], 하느님의 마음이 인간의 마음보다 더 넓고 크다는 확고한 신념, 유혹에 대한 끈질긴 저항, 어려운 형제를 도와 주는 친절과 동정, 고요히 기도하는 항구하고 열렬한 마음, 고통 중의 인내, 착한 양심의 희열 등을 가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 바로 오늘날의 성령의 활동이다.
?은사는 교회 공동체를 위한 것이다. 사도들에게 내렸던 성령의 특은은 현대교회의 그것과 형태를 달리할 수 있다. 시대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특별한 사목 능력, 밝은 지혜, 현명한 지도력, 뛰어난 예술성, 탁월한 사랑 등이 현대에는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된다.
?위계적(位階的)인 성직(聖職) 자체는 다른 특은들의 진위를 가려내는 하나의 특은이다. “자기가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한다고 생각하거나 성령의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내가 여러분에게 써 보내는 이 말이 주님의 명령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의 말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1고린 14,37-38)라고 사도 바오로는 말했다.
?우리가 성령을 감각적으로 느끼기는 참으로 어렵다. 성령이란 히브리말로 ‘숨, 바람’을 의미한다. 우리는 평소에 공기의 고마움을 실감하지 못하지만 공기가 없어졌을 때 어떻게 되는가를 잘 알고 있다.
“얼굴 한 번 감추시면 그들은 갈팡질팡, 얼을 거두시면 그들은 숨져 버려 드디어 티끌로 돌아가고 마나이다. 보내시는 당신 얼에 그들은 창조되어, 누리의 모습은 새롭게 되나이다”(시편 103,29-30)라고 우리는 기도하며 성령의 은총을 구한다.
우리는 ‘은총’이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이 말은 성령의 활동을 가리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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