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기사님

2006. 7. 12. 오후 6: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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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강력한 장마전선이 야속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어제 밤 야외 데이블에서 맥주 몇잔 할 때 조금씩 내리던 비는 새벽엔 강한 빗줄기로 변해 있습니다.

벌써 곳곳에 비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 매년 여름마다 겪는 우리의 운명인가 봅니다.

남태평양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흰회오리 구름의 위성사진을 보면 자연의 힘에 두려움울 느끼게 됩니다.

가뜩이나 FTA로 예민한 농민들을 절망으로 몰아가는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저는 회사가 방배동이고 4호선 이수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갈아타고 고개위에서 내립니다.

그 마을버스는 이수역에서 방배역을 들르고 사당역을 거치고 다시 이수역으로 돌아오는 노선인데

버스가 3대인것 같고 기사님은 늘 그분들이라 얼굴을 잘 압니다.

오늘 아침 비가 억수로 내리는 도로는 어둡기도 하고 차들도 평상시보다 더 많아 도로는 온통

전조등을 켠 차량의 물결입니다. 이수에서 사당방향 도로는 10차선 정도의 넓은 길입니다.

좌회전 차선에서 대기하던 마을버스가 죄회전 신호가 떨어지는 순간 출발하려다가 급정거를 했습니다.

우리는 급정거에 순간적으로 앞으로 몸이 쏠렸고 마을버스 앞에 대기하고 있던 대여섯대의 차량들은

전부 죄회전을 했으므로 앞이 훤하게 비었습니다.

갑자기 기사님이 앞문을 열고 버스 앞으로 뛰어 내립니다.

옆차선에는 직진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도로에는 세찬 빗줄기가 내리고 있습니다.

잠시 후 기사님이 손에 잿빛 고양이 새끼 한마리를 들고 차에 오르십니다.

비에 젖은 주먹 두개 만한 새끼 고양이는 눈을 크게 뜨고 오들오들 떨면서 애기 소리처럼 웁니다.

비를 흠뻑맞은 기사님은 휴지며 수건으로 그 고양이를 닥고 다친곳은 없는지 여기저기를

만져보면서 '이제 살았다. 걱정마라' 하십니다.

이제보니 기사님이 맨발입니다.  마른 몸에 허연 머리를 한 맨발의 기사님이 주먹 두개 만한 새끼고양이를

주저앉아 닦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존경의 마음이 생겼습니다.

9시가 조금 넘어 다들 출근시간에 쫒기는 승객들은 그 기사님이 고양이를 다 닦아서 운전석 앞 유리창, 히터의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곳에 조심스럽게 놓고 차가 출발할 때 까지 저와 똑같은 마음으로 그 기사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차 안에는 숨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았으까요.

털 색깔이 도로색과 유사함에도 다른 차량들에 다치지 않았고 겨우 기어다니는 그놈이 10차선 도로의 중앙으로는 또 어떻게 기어들어 왔는지 생각만해도 아찔 합니다.

기사님은 이런 빗 속에서 또 어떻게 그 조그만 놈이 눈에 들어 왔는지 참으로 놀라운 아침입니다.

조그만 그 놈이 운전대 앞에서 구슬같은 두 눈을 반짝이며 소프라노로 '야옹'하며 우리를 바라봅니다.

이제야 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얼른 앞유리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조그만 고양이가 유리창안에 붙어 있고 그 넘어 기사님의  얼굴이 보입니다.

마을버스가 멀어지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오늘 아침 그 기사님에게서 오랜동안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 기사님 집에서 따뜻하게 잠들어 있을 고양이를 생각합니다.

 

이 모든것 주님의 뜻이겠지요.

 

 

 

 

 

 

 

 

 

 

 

 

 

댓글 5

  • 2006년 7월 13일 오전 10:35

    <center><img src=http://kr.img.blog.yahoo.com/ybi/1/9d/a0/ing89898/folder/8/img_8_32932_7?1147575707.jpg width=500> 장미&#44279; 참으로 착한 기사님이네요 그런데 고약한 분도 있데요...

  • 2006년 7월 13일 오전 10:38

    <EMBED style="FILTER: xray black() AllowScriptAccess=; double: " src=http://charge-music-asx.musiccity.co.kr/playProcess.html?site_code=nateon&amp;type=http&amp;str=135004. width=554 height=25 type=video/x-ms-asf autostart="true" volume="0" loop="-1" enablecontextmenu="false">

  • 2006년 7월 13일 오전 11:04

    M.E대표님의 마음이 주님을 닮아가기 때문에 그러한 미세한 부분까지 하느님 사랑을 느끼시는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사랑은 언제나 변함없이 영원함을 묵상합니다.

  • 2006년 7월 13일 오후 4:02

    우리 모두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때입니다.

  • 2006년 7월 13일 오후 11:34

    꽃 감사드리고 가브리엘, 스테파노 두분 형제님 글이 더 감동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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