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그렇게
육백여 星霜 내내
비바람에도 꿈쩍하지 않는
바위처럼
밤이나 낮이나
세상 길목에 앉아 있으면서
내 몸 짓밟고
지나가던 汚辱의 세월
두 눈 감고서도 다 보았고
이 설운 땅에 붙박이 되어
내 애간장 도려내던
너희들의 긴 한숨 소리
두 귀 막고서도 다 들었다.
그 세월 동안
관악산의 뜨거운 火氣
온 몸으로 막아내면서도
이 땅과 너희들에 대한 근심으로
어느 하루 잠 편한 날이 없었다.
거기다가 지금은
왜놈에게 팔다리 다 잘리고
가슴만 남아 愁心이 더욱 깊어졌는데
돌아보면,
생 난리통에
너희들의 고통을 몰라라하며
밤중에 도둑처럼
나를 밀치며 도망갔던
고관대작과 임금이 어디 한둘이었겠느냐마는
심지어
너희들 끼리도 미워하고
너희들 끼리도 서로 죽이지 않았더냐.
이제
너희들의 끈적끈적한 피눈물로
흥건히 적시었던 내 가슴 열고
수천 년 넘게 쌓아놓은
너희들의 서럽고서러운 恨을 거두어
시뻘건 불길 속에 모두 살라 버리고
나
덩실덩실 어깨 춤 추며
설움 없던 처음으로 돌아가나니
나를 슬퍼하지 말아라,
슬퍼하고
부끄러워 할 것은
崇禮에 무심한 바로 너희들 자신이니라.
이 겨울
내 몸은 비록 한 줌의 재가 되어
그 추운 거리를 덮어주겠지만
자유로운 내 넋이야
정 많고 눈물 많은 너희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거나.
이레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