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열(세례자요한)님의 사연

2014. 10. 22. 오후 4: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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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용서와 화해의 아름다운 열매

 

저는 길음동성당 빈첸시오회 활동 회원이며, 성가복지병원에서 14년째 임종환자를 돌보고 있는 이영열(세례자요한)입니다.

 

성가복지병원 7층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임종이 다가온 환자만 입원할 수 있는 곳입니다.

어느 날 성가복지병원에 출근하여 환자 현황을 살펴보다가 그 전날 입원한 57세 남성환자를 발견했는데 그는 직장암 말기에 부인과 각각 고3, 2인 아들과 딸을 둔 가장이었습니다. 그 환자를 찾아가서, “매주 화요일마다 선생님을 도와드릴 호스피스 이 요한입니다.” 라고 인사를 하며 부탁할 일 있으면 말씀하시라고 하였지만 그는 아무런 반응도,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천장과 창문만 바라보았습니다. 그 다음 주 화용일에도 그러하였고, 그 다다음 주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간호사님의 말씀으로는 입원할 때에는 부인이 동행하였지만 입원 중에는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으며 그 누두도 면회를 오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가족 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제게 부탁을 하였지요.

 

그 이후 한동안 저는 정성들여 그의 팔, 다리를 마사지하고 발바닥 지압을 해주면서 인생에 대한 이야기며, 신앙적인 체험담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가 마침내 입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전에 자신은 택시 운전을 하며 조기축구회에 가입해 열심히 축구도 하였지만 친구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친구들과 어울려 매일 술을 마시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잡기에 빠져버렸다는 것입니다. 가족을 돌보기는커녕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게 되었으며 결국 부인이 식당 주방일로 생계를 꾸리며 아이들 학비까지 책임지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가족과의 관계는 엉망이 되어버렸고, 그러던 중 어느 날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느끼고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해보니 직장암 말기라는 진단이 나왔지만 돈이 없는 상태라 결국 무료병원인 성가복지병원으로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형편은 어렵지만 군산의 400평 종중땅이 자신의 명의로 되어있어 생활보호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말끝을 흐렸십니다.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고 세상을 헛되이 살았다며 긴 한숨을 토해내었습니다.

 

오랜 침묵 끝에 정말로 하느님이 계시며 천당과 지옥이 있느냐고 물으면서 자신 같은 죄인도 천주교에서 받아주느냐고 물었습니다. 살인과 같은 중한 죄를 저지른 사람도 진심으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면 하느님께서는 받아주신다고 말해주었더니, 얼마 후에 신자가 되고 싶다고 하여 원목과 수녀님께 연락해 교리를 받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몸이 점점 쇠약해지는 바람에 약식으로 세례를 받게 되었고 비오라는 세례명을 갖게 된 그는 고백성사 후에 어찌나 흐느끼는지 옆에 있던 가호선생도 함께 많이 울었다고 하였습니다.

 

노원구에 있는 그의 자택을 방문하여 비오 형제가 세례를 받았으며 가장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하여 진심으로 용서를 빌며 회개하였다고 전하였더니, 그의 부인은 울분을 터뜨리다가 애써 감정을 추슬렀습니다. 책상 위에 있는 책들이 젖어있어 그 이유를 물으니 지붕에서 비가 새어 젖었다는 말에 놀라 이 가정의 문제를 금요일 빈첸시오회 회합의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같은 주 일요일 교중미사 후 가스, 수도, 그리고 목공일을 하는 활동회원과 함께 그 댁을 찾아가 가스와 수도는 수리하였지만 지붕은 너무나 약하여 올라가지도 못하였고 지붕 이음새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화동 동사무소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그 집뿐만 아니라 이웃의 다른 집들도 물이 새는 것으로 확인하였고, 그 지역은 재개발 지역이므로 다른 도리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노원구청 주무 부서를 찾아가 사정이야기를 하였더니 다행히 비오 형제님 댁뿐 아닌 그 지역의 비가 새는 모든 집의 지붕을 방수재로 덮어준다고 했습니다. 노원구청의 협조를 감사히 생각합니다.

 

비오 형제의 가정형편이 너무 절박하여 타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길음동 빈첸시오회에서 매달 10만원씩 도와드리기로 뜻을 모아 수녀님과 신부님께 결재를 올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또한 고3인 딸이 다니고 있는 K여고 담임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만나 사정이야기를 드렸더니 아이가 공부도 열심히 잘하고 있으니 학교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해 주셨습니다. 그 해, 맏딸이 무사히 대학에 합격하였고 입학금 면제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빈첸시오회 회원들은 주님께 감사기도를 올렸습니다.

비오 형제의 부인은 그간 받았던 도움에 무척 감사한다며 성당에서 받았던 10만원을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자신은 식당이로 돈을 벌고 있고 딸도 장학생이 되었으니 자기 가족들도 빈첸시오회 회원들처럼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매달 몇 천원이라도 돕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우리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힘든 시대라지만 이런 착한 분들 때문에 세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주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지금도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음 날, 비오 형제를 방문하여 따님의 기쁜 소식을 전하였더니 악화되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 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의 눈물로 감사를 대신 전하였습니다. 그는 12일 만에 영세를 받고 3개월 후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부인과 그의 장례 문제에 대한 의논을 하였더니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하였고 자신과 아이들도 천주교로 개종을 결심하였다고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중화동성당에 연락하여 경건한 장례미사를 치렀습니다.

중화동성당에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비오 형제님께서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드립니다. 또한, 올해로 뜻깊은 7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 본당에서 제가 빈첸시안으로 활동하게 해 주신 주님께 깊은 감사를 올립니다.

댓글 1

  • 2014년 10월 23일 오후 4:55

    이영렬회장님 화이팅!

길음동성당 70년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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