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글이에염.. 읽구서.. 저두 새로운걸 알았네염...
유행이란 것은 참 신기하죠. 특히 우리나라의 유행은. 누가 뭘입었다하
면 순식간에 거리가 온통 그와 같은 종류로 넘쳐나니. 올 여름 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반팔 티셔츠만으로 충분한 이 계절
에도 눈에띄는 단어가 젊은이들의 가슴 복판에 새겨져 있습니다. 바로
’ARMY’라는 글자죠.
밋밋한 바탕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ARMY’라는 글자. 요즘 나오는 바탕
색은 별별색색인데, 원본은 회색입니다. 이 디자인의 정체는 미육군의
운동제복 아침 체육활동시간에 입는 복장입니다. 그 외 시간에도 입을
수는 있지만 대개의 그 쪽 종사자는 그러질 않죠. 보기만 봐도 지겨우
니까. 게다가 요즘은 그 보다 개량화된 활동복이 등장해서 요즘걸 대체
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군대에 대해선 기피를 넘어서 혐오하는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많이 이 옷을 입고 다닐까요.물론 그게 고등학교 때의 체육복 수준보다
는 낫긴 합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옷이 우리나라에 주둔한
다른나라 군대의 한낱 ’땀복’이라는 걸 모르겠죠. 단지 "우히히, 이쁘
잖아요"라는 이유로 입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나,우리의 그 ’유행’으로
인해 덩달아입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요. 하지만 거기엔 단지 이뻐서
라는 가벼움만으로는 넘어갈 수 없는 서글픔이 있습니다.
이 나라에 있는 소위 서양인은 요즘 밖에 나가기가 무섭습니다. 한창
그들을 향한 집회의 열기가 높아서이죠. 그네들의 시각에선 동양의 한
미개한 조그만 나라를 도와주러온 그 잘난 우리들에게 죄그만 녀석들이
이럴 수가 있냐면서 괘씸해합니다. 그러는중에 어떤 서야인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듯 이런 말을 하더군요. 오늘 자기네들을 응원해주는 사람들
을 봤다고. 바로 그 ’ARMY’티셔츠를 입고 있더라고. 이런 경우에는 달
리 대꾸할 말이 없죠.
얼마전 학 벽안의 신부가 돌아가셨죠. 서로베르토 신부님이라고. 전도
온 이후 평생 이 땅의 민중을 위해 살다 이 곳에서 세상을 뜬 참 사제
입니다. 근래에는 매향리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셔서 시위의 선두에 서
곤 하셨습니다. 물론 저도 그 분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얼마전 방영된
방송에서 본 것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굳게 다문 입술로 대사
관 앞에앉아계시다 우리 전경에 의해 들려서 끌려나가면서도 태산같은
위엄을 보여 주던 장면이 아직도 인상에 남습니다. 암에 의해 돌아가시
기 직전에도 매향리는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보셨다던데, 가슴이 아리면
서도 이 땅을 사는 이로서 많은 부끄럼움을 느꼈습니다.
지금 거국적으로 애국을 이야기하자거나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
이 일어나는지는 알아야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아니 한 인간
으로서 몇십년 동안을 세대를 거쳐 할아버지가 그 자식에게 또 그 자식
이 그 후손에게 똑같은 고통을 넘겨줄 수 밖에 없는 곳의 아픔을 이해
는 할 수 있어야하지않나라는 마음에서입니다. 그것도 자신들을 지켜주
길 거부하고 다른 나라 군대를 지켜주는 우리의 경찰을 보아야하는 그
사람들의 심정을, 주권국가이길 거부하는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의 한
탄을 말이죠.
무겁게 주한 미군 철수를 논하거나 머리 아픈 SOFA 협상을 논하지는 않
더라도, 이 땅을 사는 같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관심을 돌릴 수 있진
않을까요. 같은 하늘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그렇게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그리 큰 진지함에서가 아니더라도 "ARMY 티 나쁠거 뭐에
요"식의 반응은 적어도 안 나오질 않을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