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의 하루....*^^*

1999. 12. 21. 오후 1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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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아침이 밝는구나 언제나 그렇지만......"

저의 아침은 항상 이불에서 뒤척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10분일찍 일어나서 여유있게 준비를 할까 아니면 10분 더 자고 피로를 풀까

결국 10분 더 자는 것을 선택하기는 해도 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쩝......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신촌에 있는 저의 일터로 마을버스를 타고 갑니다. 오늘은 늦지 말아야 할텐데......

집이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가게 열쇠를 가지고 다니면서 아침에 문을 엽니다.

물론 장사의 시작은 11시이지만 10시까지 가서 매장을 정리하고 청소까지 마칩니다.

 

가끔씩 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면 일이 힘들지 않냐고 물으십니다.

그때마다 전 "별루 하는 일도 없는데요 머. 힘든 일 하나두 없어요"라고 대답합니다.

인사치레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그렇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믿는 거라곤 힘밖에 없는 놈이 팬시점에서 "어서오세요", "머찾으세요"

"저기있습니다", "얼마입니다", "포장해드릴까요?"라는 말만 하는데 머가 힘들겠습니까.

그냥 다 그렇게 살고 있죠

 

첨에는 우리 가게에서 파는 물건이 참 비싸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래두 사가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대단하다......’라고만 느꼈지요.

’난 언제 저렇게 맘에 드는 거 맘대루 사보나......’

 

하지만 결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용돈을 모아서 친구 선물 사준다고 선물을 고르고 꼬깃해진 지폐를 내미는 손님.....

손자 주신다고 장갑을 사시면서 멋적어 하시는 할아버지......

여자친구의 선물을 골라주며 흐뭇해 하는 닭살커플의 남자......

보다 싼 물건을 찾으시는 알뜰하신 아주머님들.....

서투른 한국말로 "까까 주세요, 부탁 함니다"라고 말하는 외국인 손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란게 이런거구나 하고 새삼 느낍니다.

 

밤10시에 매장의 문을 닫고 집에 돌아옵니다.

항상 걱정스런 눈으로 절 바라보시는 아버님.

"너무 돈만 쫒아다니지 마라"

반찬값이라도 벌어보시겠다고 170원 하는 넥타이를 하루에 150장씩 꿰메시는 어머님.

"저녁 먹었어? 머라도 좀 (만들어)줄까?"

단지 그분들께 앞으로 잘하겠다는 무언의 눈짓을 보내며 이부자리를 깝니다.

 

알바를 시작한지 일주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마냥 사람들이 그립고 보고싶기만 합니다.

하지만 지금 제 생활에 충실하지 않으면 나중에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에 보고싶더라도 참고 그리워도 삭이게 됩니다.

 

주위에서는 밀레니엄이다 성탄절이다 정신없이 들떠있지만

이토록 무덤덤한 연말은 저도 난생 처음인 것 같습니다.

별 의미를 두지 않아도 시간은 그렇게 지나가고 내년은 다시 시작되고......

제가 요즘 그렇게 살고 있네요.

 

아까 집을 나서다 우연히 하늘을 보았습니다.

20세기의 마지막 보름달이 밤길을 훤히 비추고 있더라구요.

달님에게 빌었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해 주세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시리라 믿습니다.

내년에 더욱 건강하고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바래봅니다.

 

                                                     하나바람 동균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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