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잠시지만 한때 누군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의사>라고 대답했던 때가 있었다.
<의사>라는 직업 만큼 <나>의 존재 의미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직업이 없어 보였다.
<아프던 사람>이 <나>로 인해 <아프지 않게> 된다는
사실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어린 시절 의사의 꿈을 접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수술>과 <수학>이라는 <벽> 때문이었다.
자연계에 진학할 수 있는 수학 실력이 아니었고,
또한 막연하게도 도무지 수술을 할 자신이 없었으니,
아마도 의사는 애초부터 나의 몫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한때 나의 <꿈>은 의사였고,
그리고 지금 그 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서 있을 것이다.
<지금> 나는 교단에 서 있다.
학생들이 아플 때는 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지만
학생들의 <내면>을 만나 그 얘기에 귀 기울이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실낱같은 <희망을 지피는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아니었다면 내 자리에 서 있을 <그 누군가의 꿈>도 아마 선생님이었으리라.
그들을 대신해 서 있는 <이 자리>에서 부끄럽지는 않아야 할 일이다.
힘이 되어 주고 싶다...모자란 나의 능력이 늘 부끄러울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