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름

2003. 5. 2. 오전 9:47:42

글자

벚꽃은 모두 땅으로 떨어져 다시 돌아오기 위해 떠났다.

 

한창 만발했던 그 하이얀 벚꽃이 져버린 5월에,

 

우리는, 아니 나는 그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졌음에 안타깝고 왠지 쓸쓸함을 말한다.

 

하지만 그런 건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일 뿐인지...

 

꽃을 전부 내려보낸 나무는, 아직도 그 파란 잎들을 빛내며 열심히 햇빛을 받고, 물을

 

빨아들이며,

 

여전히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어리석은 나는, 벚꽃나무는 이제 사라져버렸다는 듯이 쓸쓸해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은 절대 그런 인간의 오만함을 버리고 싶었는데...

 

잔인한 4월이라는 얘기들...

 

세상 가득한 생명력에 비교되어 위축되는 자신 때문이라고 한 적이 있다.

 

왠지 그들에겐 없는 것이 나에겐, 어쩌면 우리에게 있는 것 같다.

 

목마름...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그 목마름을 그들은 가지고 있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서있을 수 있는 것 같다.

 

그 목마름이 허무란 이름이건 무엇이든지, 우리는 어떤 것으로든 채우고 싶어 한다.

 

어떤 사람은 돈으로 채우려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남에게 봉사하는 삶으로 채우려 하고,

 

나같은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채울 수 있다고 믿었다.

 

확실히 ’사랑’이란 건 그래서 아름답고 절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출근길에 갑자기 든 생각은, 과연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 목마름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것...

 

조금 어렸을 때는, 사랑이란 반쪽과 반쪽이 만나 진정한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와 하나가 만나 다른 하나를 자신의 곁에 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와는 전혀 다르고, 또 비슷하기도 한 그 다른 하나를, 내 곁에 두는 것.

 

그리고 가끔은 나와 겹쳐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착각할 수 있는 것.

 

하지만 결국엔, 그 다름은 나와는 정말로 다른 것이고

 

결국 맞춰가는 것이구나,라고 인정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 같다.

 

가슴 깊숙한 목마름은 채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허한 자리 그대로 비워두어야 하는 것 같다.

 

진실함, 절실함, 치열함이란 얼마나 어려운 말들인지...

 

목마름의 공허를 진실로 절실하게 또한 치열하게도 인정하는 것이 삶이고 사랑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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