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휴일다운 휴일.. 왠일인지 가족 모두가 집에 있었다.
방에 있는데 엄마가 방문을 두드리신다.
엄마는 항상 집에 계시지만 언제부턴가 나와 단둘이 얘기를 한 적이 거의 없어졌다.(그나마 아빠보다는 많이 하는편이지만..)
모처럼 집에 식구들이 다 있어서인지 오늘은 아들과 얘기를 하고싶은듯 방에 들어와 얘기를 꺼내지만 좀처럼 어색한 분위기가 사그러들지 않는다.
나도 오랜만에 해보는 엄마와의 대화가 끊이지 않길 바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려 레지오 수첩을 꺼내든다.
방학이니 학교 얘기도 할게없고(물론 개강해도 할게지만..)
그렇다고 여자친구 이야기할것도 없고(가슴이 아플뿐이다.)
레지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 것이었다.
2002년도 수첩에 나와있는 내 이름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물론 글자가 작긴 작지만, 젊다고만 생각했던 어머니였는데 어느덧 안경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정도 글씨를 못보게 된 것이었다.
어머니는 수첩을 눈과 멀리 떨어뜨려 애써 보이는듯 웃음을 지으신다.
떨어지는 시력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셔서 그런것인지.. 눈아래 주름살이 오늘따라 나의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초등학교 4학년때, 시력검사에서 2.0의 시력을 측정받고 집에 와서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자기를 닮아서 시력이 좋은거라며 활짝 웃으시던 어머니와 오늘의 어머니.. 10년이 훨씬 지나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 늙어 보인다.
두 자식 대학 보내느라, 살림하시느라 틈나는대로 일거리 찾아다시느라 여간 고생을 하신 것이 아니다.
찡한 가슴을 달래며, 어머니가 즐거워하시길 바라는 맘에, 온갖 재롱을 부려보았다. 물론 썰렁함이 하늘을 찌르는 아들인지라 별루 웃겨드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아들의 맘을 아셨는지 흐뭇해 하시는 어머니의 눈빛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개강을 하고, 나름대로 바빠지면 가족과 제대로 식사 한끼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나이 들수록 조금더 점잖아지고(?), 조용하게 지내길 원하는 요즘이지만,
오늘 어머니가 내 방의 문턱을 넘어오시는게 얼마나 조심스러웠을지를 생각하면,
집에서만큼은 오버하며, 가족들 기쁘게 해주는 귀여운(?) 막내 아들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