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도 저물고 있습니다. 12월은 저에게 의미있는 달입니다.
입대도 12월에 했고, 첫사랑을 시작했던 것도 12월이고,차이기도 12월에 차였고,
엄밀히 말하면 단장 생활도 12월부터 시작됐지요.
12월은 공허를 향해 떠나는 여행에 딱 알맞는 계절입니다. 무엇을 목표로 삼아 떠나는 여행은 기대하기 어렵겠지요. 생명의 부활 표징인 신록도 없고, 뜨거운 태양도, 단풍도 없습니다. 식어가는 태양, 잎을 떨어뜨린 앙상한 나뭇가지, 황량한 벌판, 어느 것도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줄 만한 것은 없습니다. 텅빈 세상을 향해 떠나는 여행은 결국 우리 자신을 향해 떠나는 여행입니다.
군대가기 전에는 훌쩍 둘러매고 떠나보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참 힘들군요.
군에 입대하기 전, 나에게 12월은 고독과 공허와 방랑을 즐기게 하는 계절이었습니다.
"제 5의 계절"이라 이름붙여 봅니다.
적합한 이름이 될는지 모르겠군요.
시골의 조그만 읍에 내려 다시 거기서 하루에 3번, 4번 버스가 다니는 ’--실, --골 ...’ 같은 토속적인 이름을 가진 마을로 들어가서. 산굽이를 돌아가는 시골길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것이라곤 낙엽의 잔해, 차가운 황톳길, 찢어진 채 방치된 비닐하우스. 어떤 때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그런 길을 걷다가 다음 차로 되돌아나오곤 했었습니다. 운수가 좋은 날에는 삐죽이 튀어나온 산모롱이 뒤켠에 지나간 내 생활의 한 자락을 잘 개어 놓고 돌아나올 때도 있었지요.
군대 얘기하면 싫어들 하겠지만 제가 있던 곳의 위도가 아마 원산이나, 함흥쯤 될 것 같은, 정말 추운 곳이었습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방랑의 길을 떠나고 싶군요.. 물론 생활에 얽매여 있으니까, 그전처럼 완전한 방랑을 즐기기는 어렵겠지만......
자유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