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영(안젤라) 누님께 드리는 편지

2000. 12. 12. 오후 11: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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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죠. 추우실텐데.. 아 참, 제 소개를 안했네요. 음...

1996년 5월의 어느날 침묵피정에서 까맣고 지저분한데다가 혼자서 교복을 입고 왔었던

한명의 소년단원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어요. 그 고등학교 1학년생이 어느새 군인이 되어버려

남자들만 우글대는 내무실에서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누나 소식은 꼬미시움 단장님께

우연치 않게 들었어요.조금 늦게 들었는데 그동안 썼었던 일기를 들춰보니 그날은 제가 유격

훈련을 마치고 야간행군을 하던 날이었네요. 그땐 참 힘들었었는데 당시의 누나생각을 해보면..

부끄럽구 미안한 마음만 들어서...

군대에 온지 6개월이 다되어가는데 저도 못된놈 다 되었나봐요. 소식 듣고 나서 눈물도 안

나오는거 있죠. 그 새 감정이 메말라 버린건 아닐텐데..

그래도 새벽에 근무설때면 누나 생각 많이나요. 시험기간에 기훈이와 같이 피정와서 처음보는

단장님들과 단원들과 함께 많은 묵상의 시간을 가졌던 일들 다 기억나요. 그때 단장님이

천용이형, 종임이누나 그리고 바로 하영이 누나였지요. 수녀원에서 강아지와 놀던일,밖에서

명상하던 시간, 십자가를 짊어져보던일등 너무 생생해서 평소의 제 머리를 의심하게 된다니까요. 그때 썼던 롤링페이퍼가 아직도 집에 있는데 누나가 써준글도 있네요. 시험때와서

힘들었냐고 주님과 함께라면 무슨일이든 잘 할꺼라고... 제가 조금 졸았잖아요 ^^;

음... 11월은 누나도 알다시피 위령성월이에요. 누나를 위해 기도한 사람만큼 주님곁에서 편안하게 지내주셨으면해요. 사실 군대에 있으면서 살기 싫다는 생각 많이 하게 되는데

그럴때마다 자기생각해주는 사람을 위해 참고 살아가는것 같아요.

참, 가끔 꿈에도 나와주시고요. 그래야 잠시나마 누나생각 한번 할수있죠. 제가 머리가 조금

나뻐서요. 나중엔 레지오의 마침기도에 있는 내용처럼 주님의 나라안에서 다 같이 모일수 있겠죠. 난 죄가 많아서 될런지 모르겠네.

주님이 항상 누나곁에 있기를....

                     2000년 11월 25일

                     4년6개월전을 기억하는

                     이제는 청년이 되어버린 소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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