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133]다음 휴가 때 쯤이면 ...

2000. 4. 3. 오전 12:32:19

3
글자

+ 찬미예수

보나벤을 가장 아끼는 선배 중에 하나라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사람이다, 나는.

보나벤이 이 글을 처음 썼을 때도 나는 이 글을 다 읽었다.  

생각도 많이 했지.. 그 글을 쓰기 전날 함께 있었던 사람도 나고... 보나벤에게... 나 땐 안그랬다란 말을 한 사람도 나니까..  

기억나는지는 모르겠다만... 분명 그 말을 하기전에 덧붙인 말이 있었다..

설득력이 전혀 없는 얘기란 걸 알지만... 나 땐 안그랬다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정말 안그랬는데.. .어쩌냐고... 그리고 그런 얘기도 했었지... 아마 똑같은 얘기들을 우리 선배들도 우리 보면서 했을 거라고...

 

어지간한 싸가지들에 대해서는... 더구나.. .그네들이 나하고의 차이가 커지면 커질수록... 별로 말하지 않게된다..

그냥... 이쁘거든...

뭘해도... 좋은 때다 라고 말하게 되는 나이란 걸 인정해야할 거 같다.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그것이 그저 수수방관만을 의미하지는 않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그 버릇없음 보다 더 많이 발견되는 좋은 점으로... 덮어주고 싶어하는 선배 맘도 알아주시길... 공감될지 모르겠지만... 종종 선배들끼리 앉아서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쟨 싸가지는 없는데... 예뻐..."

 

물론... 나는... 능력보다 자세가 아름다운 사람을 더 좋아한다.

나도 부족한 사람이고... 그럼에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내가 젤 잘난 양 굴고는 있지만... 그런 면도 부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내 양면성을 알기에... 잘하는 사람보다는 성의를 보이는 사람들에게 더 정이 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예쁜 짓하는 인간들보다는 싸가지 있는 인간을 더 선호하게 되고..

사람에 대해서.. 어느정도는 기대를 담기 때문에... 기대가 큰 사람한테일수록 아픈 소리를 더 많이 하게된다.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면.. .또 그도 어쩔 수 없겠지..

레지오 생활 10년이 넘으면서... 그래도 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초연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오만이었음을... 최근...에서야... 인정하게 됐다.

그날... 그래서.. .너랑 얘기하면서... 아마 흥분했었는지도 모르지..

 

보나벤..

선배는 하늘이다.

높아서 하늘이 아니라... 적응해야할 환경이란 말이다.

비를 내리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아야겠지.

햇볕만 주는 하늘만 좋은 하늘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겠지?

물론.. .하늘도 하늘 다와야지..

어느때 비를 주어야하는지.. 바람이진... 햇볕인지... 잘 판단해서... 내리는 하늘이어야 겠지..

나는 하늘다운 하늘이었냐고?

모르겠다.  그건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닌거 같다.

그럼 너희는 땅다운 땅이냐?

그것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땅의 기질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사막에 해를 비치는... 혹은... 비만 쏟아붓는 멍청한 하늘이었는지도 모르겠으니까..

하지만... 너희도 그렇겠지만..

아무도... 알면서... 막하는 하늘이지는 않다.

나도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는 하늘이었으니까..

너희도.. 금방 하늘이 된다.

벌써 너희 동기들이... 4년차란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니?

너희가 보기에 내가 형편없는 하늘이었다 해도.. .나는 하늘로서의 충분한 의무를 다했다고 본다... 왜...

너희는 나같은 하늘이 안돼야 한다는 걸 ...최소한.. .그거라도 알려준 셈이니까..

 

어쨋든...

너희가 아무리.. 하늘이 되어도... 그래도 여전히 내겐 땅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내 앞에서는 어설픈 선배인체 하지 않는게... 예의아닐까?

(역시 선배님들께 죄송하군... 나는 선배들한테.. 마치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그런 식으로 했던 거 같군... 용서하세요.. 선배들... 저의 이 어설픈 선배짓을...)

 

선배들이... 더 열심히 임해줄 때... 후배들에겐 좋은 본이 되는 건 확실한 거 같다...

그러니... 선배님들..(지금 레지오에 남아있는... 내 밑으로... 애들 위로 ...)

내가 이 나이에 이거까지 해야해?... 따위의 얘기는 하지 않는 선배가 되주세요..  안하려면 뭐때문에... 나오십니까... 함께 하려고 나오는 거면서... 그저 애들이 타주는 커피나 마시자고 ... 나오시는 거 설마 아니시지요?  내가 이나이에... 이런 짓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드시면... 과감히 나가십시오...

 

보나벤 말대로.. .우리가 왜 레지오를 합니까?

처음 시작은... 사람이 좋아서... 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동기들은... 정화가 되어야하지 않을까요?

물론... 생각해보니... 나도... 그렇게 하느님한테.. 집중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많이 반성하고 있지만...

우린.. .하느님 안에서... 사랑을 배우자고 이 미친짓(?)을 몇 년씩 하고 있는 거잖아요... 아닌가요?

 

저도... 이 어설픈.. 선배노릇을 그만하렵니다.

정말 최선을 다하는 선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나벤!

이렇게 뒤늦게.. .니 글을 또 읽으면서... 회신을 하려고 맘 먹은 건...

이전부터 해왔던 많은 고민들과..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담아두고만 있었을 뿐 애써 외면했던 것들...

그리고... 너와의 길지 않은 대화를 끝내고 나서...

하느님의 일을 하기에 모였으니... 하느님 생각만 하자고 했던... 내 자신이 사실은 가장 사람에 매여있었음을... 알게 되서.. 아니 이제사 인정하게 되서..그래서이다.

너와 했던 얘기들이... 너하고만 했던 얘기들도 아니고.. 그 비슷한 말들을 많은 사람들과 했었는데... 근데... 정작 너랑 얘기하고 나서... 그렇게 흥분하고 나서...

많이 부끄러웠다.

 

만약... 너희에겐 하늘인.. .나에겐 땅인 선배들이... 그런 수수방관적인 자세나..어설픈 선배짓을 했다면... 그건 모두 나에게서 배운 거겠지..

정말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

 

너에게도... 그리고.. 많은 선,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청하는 바이다.

 

얘기가 길어지면서... 점점 두서가 없어지는구나...

그냥...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거 같았다.

그저... 궁색한 변명쯤이라고 해두자.

 

 

다음 휴가를 나올 때쯤 읽을 수 있을까...

그 때쯤이면... 별로... 많은 말이 필요없어도.. .이해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 다시 술한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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