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신자 문제(하)"

2010. 4. 30. 오후 5: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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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02. 03발행 [956호] 

"[지금 우리 교회는] 쉬는 신자 문제(하)"
 
원인을 뒤집어 보라, 거기에 답이 있다

▨ 쉬는신자, 왜 교회를 멀리하는가
 수원교구 보고서는 냉담 원인을 개인적 원인과 교회적 원인으로 구분했다. 개인적 원인으로는 △생계나 학업으로 바빠서 37.6%(이하 복수응답)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다니기 귀찮아서 22.4% △이사한 후 성당을 못찾거나 한두 번 빠지다 보니까 20.9% △신앙에 대한 회의가 들어서 17.8% △아는 사람 별로 없고, 항상 소외된 느낌 15.6% 등 순서였다.

 교회적 원인으로는 '고해성사 보는 것이 불편해서'가 39.6%로 가장 높았고, △전례가 무의미하게 느껴지거나 복잡하고 싫증나서 15.4% △본당에서 활동하다가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 12.4%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과 교회 차원을 따로 나누지 않은 통합사목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냉담의 가장 큰 원인(아래 표 참조)은 수원교구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생계나 학업'이 25.2%로 가장 높고, '고해성사 부담'(17.1%)과 '신앙에 대한 회의'(13.6%) 등의 순서다.

 결론적으로 쉬는신자들은 '신앙에 대한 회의'와 같은 적극적 이유에서라기 보다 생계나 학업 같은 신앙 외적이면서도 소극적 이유에서 냉담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아울러 '특별한 이유 없이', 그리고 '성당을 못찾아 한두 번 빠지다 보니까' 냉담하게 됐다는 것은 신앙생활 초기 교육이 부족했거나 본인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고해성사에 대해 신자들이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냉담을 막기 위해서는
 쉬는신자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들이는 노력(쉬는신자 회두 권면)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이들을 교회로 초대하는 '선교'와 함께 교회의 최우선 과제다. 많은 본당들이 선교와 회두 권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성과 또한 적지 않다.

 병을 고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최고의 치료는 예방이라고 했다. 쉬는신자 실태와 냉담 원인을 뒤집어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냉담 예방을 위한 몇 가지 대책을 모색해본다.
 
 ▲고해성사 문제
 신자들이 고해성사에 대해 갖는 부담은 상상 이상이다. 고해성사 보는 것이 불편해서 냉담을 하게 된 경우가 무려 39.6%나 됐다(수원교구 보고서). 전체적으로도 '생계나 학업'(25.2%)에 이어 두번째(17.1%)를 차지한 냉담 원인이었다(통합사목연구소 보고서). 쉬는신자들에게 성당에 다시 나올 때 교회가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물었을 때 '고해성사 부담 경감'(34.3%)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대구대교구 보고서). 고해성사를 기쁨이 아닌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신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신자는 일년에 적어도 한 번은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를 해야(교회법 제920조) 하는데, 통상 3년 동안 한번도 판공성사를 보지 않으면 쉬는신자로 분류된다. 주일미사에 빠지지 않고 아무리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도 판공성사를 받지 않으면 쉬는신자가 되고마는 것이다.

 고해성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는 교리교육이나 이를 올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신자 모두 문제일 수 있다. 이유야 어떻든 누구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신부한테 일일이 고하는 것을 싫어하는 신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공동고해성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최선이 외면당하는 현실에서는 공동고해성사가 차선이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교회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쉬는신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고해성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사목적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대부모 제도 강화
 설문결과에 따르면 신앙적 후견인이 없는 경우가 있는 경우보다 냉담할 확률이 세배 가량 높다. 후견인의 중요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결과다. 한국교회 특성상 신앙적 후견인은 곧 대부모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그러나 현재 대부모 제도를 보면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입교자에게 적당한 대부모가 없을 때 본당에서 대부모를 소개하는 일이 많은데, 대부모라는 형식을 갖추기 위한 일회성 만남으로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상황에서 대부모가 대자녀 신앙생활에 관심과 책임감을 갖기를 기대하기란 어렵고, 나중에는 누가 자신의 대자녀이고 대부모인지도 모르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신앙생활이 낯선 초보신자들이 자신을 챙겨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교회를 멀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쉬는신자 절반 가량이 세례 후 5년 안에 교회를 떠났다.

 정태영(서울대교구 선교전례사목부 담당) 신부는 "대부모를 세례식이 가까와져서야 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예비신자 교리를 받을 때 미리 정해 예비신자가 교회와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돌봐야 한다"면서 대부모의 이러한 보살핌은 예비신자가 세례를 받은 후에도 일정 기간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신부는 대부모 제도만 확실하게 자리잡아도 쉬는신자 문제는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1인 1단체 가입
 쉬는신자 절반 이상은 본당이나 단체 활동을 멀리했던 이들이다. 단체 활동에 열심인 신자가 냉담에 빠질 확률이 낮다는 것은 상식적 추론에 속한다.
 본당에서 수많은 단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이는 전체 미사 참례자의 1/3에 불과하다. 게다가 단체활동 신자 가운데 40% 정도는 2개 이상 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그만큼 본당 단체활동에 참여하는 신자가 적은 셈이다.

 단체활동은 신앙을 개인의 내면적 차원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구체적 실천과 연결함으로써 생명력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특히 갓 세례를 받은 신자의 경우 단체활동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끊임없이 되돌아볼 뿐만 아니라 교회에 소속감을 갖게 되고, 따라서 쉽게 냉담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소공동체 모임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

 박선용(서울대교구 반포본당 주임) 신부는 "본당에는 신심단체는 물론 각종 봉사친교 단체, 기도모임 등 활동할 수 있는 단체나 모임이 굉장히 많다"며 교회에 익숙지 않은 초보 신자들이 자신의 성향에 맞는 단체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인간적 유대관계를 형성한다면 쉽게 냉담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신자 재교육
 쉬는신자들이 냉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생계나 학업'을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예비신자 교리교육이 이들에게 확고한 신앙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인데, 문제는 이들이 세례를 받은 뒤 본당에서 받을 수 있는 교육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특정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한 본당에서 받는 교육은 예비신자 교리로 끝나기 마련이고, 예비신자 교리 때 받은 교육만으로는 신앙적 기반이 허술한 탓에 냉담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운전을 잘 하기 위해선 운전면허를 따는 데 그쳐서는 안되고 운전연습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신자들이 신앙의 깊이를 더함으로써 냉담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신자 재교육이 꼭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대전교구 사목국의 「1996년 신자의식 실태조사」에서는 효과적 냉담예방법으로 '영세 후 신자 재교육'이 37.1%로 가장 많이 꼽혔다.

 박문수(가톨릭대 문화영성대학원) 박사는 「가톨릭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보고서에서 "별도의 교육시간을 할애하기 힘든 신자들을 위해 IT 기술을 활용한 사이버 교육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사 때 강론을 설득력 있게 잘 하는 것도 커다란 교육효과를 가져온다"고 밝혔다.
 
 ▲상담 기능 활성화
 쉬는신자들이 신앙생활을 다시 할 때 필요한 도움으로 '고해성사 부담 경감'에 이어 두번째로 꼽은 것이 '면담 기회'였다(대구대교구 보고서).
 물질적으로 보자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다지 풍요롭지 못한 이들이 현대인들이다. 그만큼 정신적 갈증이 심하고,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담의 수요가 많다. 정진석(서울대교구장) 추기경은 틈날 때마다 "교회가 신자들에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리고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신자들에게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면서 교회의 상담 기능 강화를 역설했다.

   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 교육원 설립이나 한국가톨릭상담심리학회 발족은 상담 기능 활성화를 위한 첫 단추인 셈이다. 일차적으로는 본당 사제와 수도자들이 신자들, 특히 예비신자와 초보 신자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갖고 상담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 쉬는신자들은 성당에 다시 나올 때 교회가 고해성사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가장 많이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쉬는신자들이 교회로 돌아와 견진성사를 받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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