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이젠 널 보내줄께

2010. 4. 26. 오후 12: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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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이젠 널 보내줄께 -서순원-

아들아! 칠흑같이 어둡고 차가운 물 밑
꽉 막힌 공간에서 얼마나 힘들었니?
 살아보려고, 살아서 엄마에게 돌아오려고
얼마나 힘들게 발버둥쳤니?
 
병으로 쇠약해진 몸도 아니고
생생한 젊음으로 그 목숨 넘기기가 얼마나 힘들었니?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며
보고픈 가족이, 가고픈 고향이, 얼마나 그리웠니?
 
거기서 그대로 끝나버릴 너의 꿈이
얼마나 원통했니?
그런 널 생각하면
엄만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고 가슴은 천갈래 만갈래 찢어진다.
살아있음이 죽음보다 더 견디기 힘든 고문이다.
 
널 부르고 부르다 목은 잠겨 버리고
가슴은 다 타 까만 숯검정이 되어
내쉬는 숨마다 파란 연기만 나올 뿐...
 
그 날부터 보이지도 않는 널 꼭 껴안고
밤낮으로  울부짖으며 몸부림쳤지만
이젠 널 보내려한다.
 
이러는 건 널 아프게만 할 뿐,
편하게 보내주는 길이 아닌걸 알기에...
 
아들아!
제대하면 효도하겠다는 말 못 지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라.
 
네가 태어나던 날,
엄만 세상을 다 얻은 큰 부자가 되었고
너의 이쁜 자람을 보며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더 행복했단다.
그것만으로도 엄만 충분해.
오히려 너에게 거슬러 줘야해.
 
아들아! 세상은 지금 온갖 봄꽃으로 곱게 단장했지만
올해의 봄은
엄마에게 삶에서 가장 잔인한 봄이었고
엄마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렇게 기억 될거야.
 
아들아! 엄만 널 잃은 그 날부터 모든 감각기관이 마비되고
슬픔만을, 아픔만을 감지하는 감각만 펄펄 살아 널 애타게 불러왔다.
 
불러도, 불러도 대답 없는 가엾은 내 아들아!
이젠 꼭 안고만 있던 널 놓아 줄께.
이승에서 힘들었던 기억 아팠던 기억은 모두 내려놓고
행복한 기억만 가슴에 안고 가렴.
 
뒤돌아보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고운 봄 향기 타고
가벼운 마음으로 승천하렴.
 
아들아! 넌 엄마의 아들이기 이전에 대한의 아들로서
조국을 지키다 떠난 자랑스러운 아들이기에
엄만 아픈 가슴 달래려 한다.
 
아들아! 머지 않은 날
엄만 네 곁으로 돌아가 널 만날 기다림으로 살련다.
그 때 우리 다시 만나 이승에서 못 다한 사랑 나누자.
 
아들아! 사랑한다! 죽을 만큼 사랑한다.
잘 가라. 내 아들....
 
 
-문인 서순원 님의 편지-
군에 보낸 두 아들을 생각하며 詩를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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