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없는 아이

2009. 3. 6. 오후 4: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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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없는 아이
 
제가 영어학원을 하잖아요?
며칠 전 학원 안내데스크에 앉아 있는데,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엄마가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섰습니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들과 예쁘장한 여섯 살짜리 딸이었습니다.

자리에 앉기를 권한 뒤 물었습니다.
"아이가 영어공부를 했었나요?"
"그럼 요즘 영어공부 안 하는 애가 있나요 어디~"
교육 상담하러 학원을 찾은 엄마의 답변치고는 꽤나 거칠고 듣기 거북했지요.

"초등학교 입학하는 큰아이는 학습지 하다가 영어학원을 몇 달 보냈는데,
애가 단어공부를 힘들어해서 지나던 길에 들렀어요..."

그래서 큰아이를 앉혀놓고 테스트를 하는데
큰 아이가  대답도 하기 전에 작은아이가 먼저 나서서 촐싹거리며 대답을 다 해내는 것이었습니다.
큰 아이에 대한 교육상담이 어느 정도 끝나갈 무렵.........,

"작은아이가 자신감도 넘치고 욕심도 많고 너무 귀엽네요?
작은아이가 영어에 관심도 많고 지금부터 시작하면 더 잘하겠는데.....둘을 같이 맡겨 보시죠?"
"맞아요 딸아이가 똑똑해요...한글도 엄마가 알려주기 전에 혼자서 어깨넘어로 배워왔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 옆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잊은 엄마를
상담실로 안내해서 둘이 마주앉았습니다.

불안해서 물었습니다. "무슨일이 있으신가요?"
엄마는 긴 시간동안 말을 이었다 끊었다 하며 딸에 대한 기막힌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딸아이가 다섯 살 때 집에서 한쪽 눈을 가리고 하는 놀이를 하는데
갑자기 안 보인다고 하더랍니다.
병원에 가서 검진결과 눈에 암이 생겨 한쪽 눈이 안보였고
암세포가 뇌로 전이되기 전에 안구를 제거하기로 결정하고
한쪽 안구를 제거하는 적출 수술을 받았답니다.

수술 후 눈 모양과 똑같은 렌즈를 만들어 끼우는데
매일 밤에 빼서 세척을 해서 다시 넣어야 되고...
심리적인 이유인지 아이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경련을 일으키듯
배가 아프다고 뒹굴고....
그걸 바라보는 부모 마음은 더욱 찢기고...
텅 비어있는 한쪽 눈을 바라보며 엄마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예전엔 성당엘 다녔는데 그 후로는 하느님이고 성당이고
멀리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차상위 계층입니다'라는 엄마의 표현대로
가정 형편도 여의치 않아서 교육비도 걱정입니다.
그래서 엄마는 딸아이에 대해 누군가 똑똑하다거나 성격이 밝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부터 흐른답니다.

얼마 전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신부님이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의 눈에 안수기도를 해주셨답니다.

그날은 딸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도 그만두고
큰아이도 학원을 힘들어해서 그만두고 집에 돌아가던 길에
우연치 않게 우리 학원에 들른 것입니다.

이야기 들으면서 눈물 많이 참았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교육비로 부담하실 수 있는 만큼만 부담하시고
아이 둘다 우리 학원에 보내시면 안되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또 다시 굵은 눈물을 흘립니다.
"아이가 영어를 배우고 싶어하는데 영어유치원은 비싸다고 해서
알아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너무 고맙긴 한데 정말 그렇게 해도 되나요....??"

그 엄마의 손가락에 끼워진 묵주반지를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어머님께서 우리학원 문을 열고 들어오게 한 분은 아마도 하느님이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고이는 눈물을 힘겹게 눌러 참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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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이 때문에 엄마의 마음이 너무 위축되어 있고
교육비 할인에 대해서도 학원 측에 많이 미안해 하는 것 같아서
오늘 아침에 면담 좀 하시자고 학원에 오시라고 했습니다.
두 시간을 이야기했습니다.

"정상인이라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내 자식이 부족함 없기를 바라는 것도 '욕심'이 아닐까요?...
남들은 학원하면 돈 많은줄 아는데 모든게 빚이고 저도 워낙에 없는 사람입니다......."

"아무도 이 맘 몰라줄 겁니다. 누구에게 말해도 모를 겁니다.......너무 힘이 듭니다. 사는게..."
"저도 지금은 학원 하지만 그만큼 힘듭니다.....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고 하는가 봅니다."
"..........."
아이의 장애가 복된 탓이 될 수 있도록 부모와 어른으로서 해야할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음의 평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꼭 신부님처럼 말씀하시네요.... 값진 것을 배웠습니다. 아이 앞에서 웃는 모습만 보이도록 노력할께요"
"누군가와 내 마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사람대접 받아보긴 처음입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하고 금요일인데 미사 드리러 간다고 나서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우울증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 아빠가 성격이 털털하고 술도 좋아하신 다니 가까이 지낼 수 있게 소주한잔 하시자고 부탁했습니다.

학원 15년 하면서 학부모와 상담중 이렇게 행복한 시간은 없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막힌 가슴을 송곳으로 밀어 올리는 것 같습니다.

내 영혼에 충격을 주었던 아이와 엄마, 그 가족 모두가 편해지기를
모두 함께 기도해 주세요~

-아는 카페에서 가져온 글 (눈이 없는 아이)-

출처 ; 자유게시판 131724 (작성자 : 구본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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