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편지-물망초

2006. 3. 2. 오전 9:4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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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호(2006.02.28)


* 풍경 -박노해-



내가 지나온 풍경은

늘 초라하고 그늘지고 거칠었다.

그것이 나의 슬픔이었다.

더 슬픈 것은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내가 서 있는 풍경을

조금씩 닮아가는 거였다.

지금 내가 서 있는 풍경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 없이

거칠고 가파르고 초라하리라.

그래도 내 마음속 풍경이

밖이 험할수록 내 안이 더욱더

환하디 환한 슬픔일 수 있다면







* <비 오는 날에>
 
 
비가 옵니다.

아파트 놀이터에 아이들과 함께 나갔다가

풀 속에서 달팽이 한 마리 보았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아주 느리게 느리게...

아이들과 내가 보기에는 달팽이는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달팽이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요.

그 천천히 가는 것이 달팽이 세상에서는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까요.
 
 
 
내 멋대로 천천히 간다고 말합니다.

내가 달팽이도 아니면서...

아이들이 신기해서 나뭇잎위에 올려놓고 한참을 들여다보자

동그랗고 기다란 더듬이 네 개가 나왔다 들어갔다 하며

앞으로 앞으로 갑니다.

어딘가에 꼭꼭 숨었다가 비가 오면 슬며시

나뭇잎 위에 풀잎 사이 사이로 돌아다닙니다.

비가 안 와도 분명 어딘가에서 있었을 텐데

비가 오면 아이들과 전 지렁이와 달팽이

구경을 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일입니다.
 
 
 
평상시에는 안 보이다가 비와 함께 나타나

우리를 즐겁게 해 주는 달팽이처럼

나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숨어 있다가

아... 이때쯤이면 나를 만나면 좋겠다 하고

내 앞에 나타나 좋은 인연으로 만나나 봅니다...
 
 
 
 
 
 
 
* <포기하기>
 
 
꼬마 조니는 엄마가 얼굴에 콜드 크림을 고루 펴 바르며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것을 보고는 눈을 떼지 못하며 이렇게 물었다.
 
 
 
“엄마, 왜 그렇게 하시는 거예요?”

“예뻐지기 위해서지”라고 엄마가 말했다.

잠시 후, 엄마가 화장지로 얼굴의 콜드크림을 닦아내자,

꼬마 조니가 말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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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닦아내세요? 포기하시는 거예요?”
 
 
 
 
 
 
 

"장미가 좋아서 꺾었더니

가시가 있고

세상이 좋아서 태어났더니

죽음이 있다."
 
 
 
 
 
 
 
 
환절기여서 인지

최근에 제 주위에

많은 죽음들을 보았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슬픔- 패션7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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