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호(2008.12.12)
![]() |
* <떠나가는 배>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 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 <반딧불이> -이철환-
대학 시절, 경화씨가 중앙도서관을 오갈 때면
늘 마주쳤던 청소 아줌마가 있었다.
몽당 빗자루 만한 몸으로 학교 구석구석을 오가며
청소하던 얼굴.....
개미 떼처럼 기미가 앉은 아줌마 얼굴엔 한 겨울에도
봄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청소부 아줌마는 바로 경화 씨 엄마였다.
대학 시절을 회상하던 경화 씨는 교수실 문을 나서서
서둘러 엄마가 일하던 행정관 지하 보일러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엄마는 비좁고 궁색한 방 한 켠에서 낡은 수건을 줄에 널고 있었다.
"엄마 있잖아. 이제 이 일 그만하면 안되우?"
"뜬금 없이 그게 뭔 소리냐?"
"엄마 나이도 있고 허리랑 무릎도 자주 아프잖아요."
"몸 아픈 거 어디 하루 이틀이냐.
너 혹시 엄마가 여기서 일하는 게 남 부끄러워서 그러냐?"
"아냐, 엄마. 그런거 아냐....."
"청소 일 한지 벌써 30년이다.
너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내 뼈 마디
마디를 다 빼앗긴 곳을 떠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니.
아파 누워 있는 어린 너를 방에 혼자 두고 새벽 버스를 타고
나와야 하는 에미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는데.... "
"이제는 엄마가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잖아.
그리고 혼자 봉천동에 계실 게 아니라 이제 우리 집으로 오세요."
경화씨는 조금쯤 감추어진 속 마음을 차마 드러낼 수 없었다.
명색이 교수가 되어 엄마 허드렛일 하게 한다고
사람들이 수근댈 것 같다는 말이 경화씨 입에서만 깔끄럽게 맴돌았다.
"이 에민 30년 동안 쓸고 닦으며 늘 이렇게 생각했다.
남들 걸어가는 길 깨끗하게 해놔야,
내 새끼 걸어가는 길 순탄할 거라고 믿으면서....."
"엄마, 내가 괜한 말 했지?"
"아니다. 니 마음 내가 왜 모르겠니?
지난 번 교수 식당에서 너와 함께 밥 먹을 때,
너는 내가 음식 맛있어 코 박고 먹는 줄 알았것지만,
눈물이 나와 그랬다.
내가 평생 걸레질만 하던 곳에서 내 딸이 교수가
됐다는 것이 하도 고마워서 말이다."
경화씨는 엄마를 가슴에 꼭 끌어 안았다.
그리고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 고마워. 엄마를 보면 늘 반딧불이가 생각나.
야윈 몸 한켠에 꽃등을 매달고 깜박깜박
어둠을 밝혀주는 반딧불이 말야.
엄마의 속 깊은 마음을 내가 어떻게 다 알겠어.
엄마 있잖아,
어제 우리과 교수님들 회식이 있었거든.
강남에 있는 일식집에서 했는데,
식사비가 얼마나 나왔는 줄 알아.
한 사람당 십만원해서 육십만원이 넘게 나왔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엄마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서럽더라구.
우리 엄마는 새벽 다섯 시 반이면 집을 나와,
삼십년 동안 눈비 맞으며 고작 받는 한 달 월급이
육십오만 원인데 하고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돌더라구.
그래서 엄마 한테 이런 말 했던거야, 엄마, 미안해."
"미안하긴 엄마가 너한테 늘 미안하지."
엄마는 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경화씨는 엄마 품에 안겨 말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으로
소리없이 엄마에게 말했다.
'어머니, 당신은 삼십 년 동안이나 어두운 새벽버스에
지친 몸을 실으셨습니다.
당신은 내 마음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저를 밝혀 주셨습니다.
반딧불이 처럼 환한 불빛으로 반짝이고 싶어하는
철없는 딸을 위해 당신은 더 짙은 어둠이 돼주셨습니다.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 <쟈니의 시>
선생님: 쟈니야, 네가 쓴 시는 반에서 꼴찌라구!
문법도 엉터리일 뿐 아니라
내용도 건방지고 아주 질이 안좋아.
아버지께 몇 자 적어서 보내드려야 겠구나...
.
.
.
.
.
.
.
.
.
.
쟈니: 그래도 별로 소용이 없을걸요.
그 시는 우리 아빠가 써주신 시니까요.
"니콜라이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1번째는 현재 이순간이란다.
2번째는 지금 자신에 옆에 있는 사람이란다.
3번째는 자신의 옆에 있는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것이란다.
우리네 인간은
과거나 미래속에 있는것 아니라
오직 현재 이순간만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행복한 주말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