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테니스 에세이 - 응원[펌]

2007. 5. 10. 오후 6:55:22

글자
내가 이상한 걸까?
내가 직접 게임할 때보다 관전하면서 응원할 때가
더 떨리고 가슴이 저려오고 야릇한 흥분에 휩싸인다.
페더러가 패배하는 경기를 보면 페더러는 잠깐 울고 다 잊는다는데
난 울고불고 하진 않지만 상심이 너무 커서 상담을 받아야하나 할 정도로 바닥을 치게 가라앉아버려
페더러가 니 서방이냐 아들이냐하는 남편의 빈축을 사기 일수다.
실은 얼마전 이형택선수와 페더러전에서 누굴 응원해야하나 한동안 고민했다.
한국사람이니 한국인 이형택선수가 이기기를 염원하는 것이 당연하고
한번이라도 세계최고를 꺽음으로써 민족적 자존심 고양~한국테니스 부흥의 계기.....
그런데 그런데 페더러에 대한 집착을 떨칠 수가 없어서 아예 그 경기는 안봐버렸다.
평소 좋아하는 선수 혼자 나오는 경기면 별 문제가 없지만
양선수 모두 좋아하는 선수인 경우엔 이처럼 갈등상황이 자주 벌어져서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약자우선이라는 인도적인 이념에 부합되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만들어보았다.
-나이가 많은 선수를 응원한다.
(애거시 은퇴 전 삽십몇이란 나이의 무게를 안고 뛰는 그의 경기를 보면서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희망을 보는 것같다가도 나이 반밖에 안되는 신예에게 밀릴 때 내 마음도 따라 천근만근)
-키가 작은 선수를 응원한다.
(내가 모나미 사이즈라서인지 코트에서 더욱 작아보이는 단신선수들은 보기에도 정말 안스럽다.)
-좀 못생긴 선수를 응원한다.
(잘생긴 선수한테 약한 나로선 굉장히 큰 개인적 희생을 감수하는 기준이나 이도 동병상련이랄까 뭐.....)
-체중이 많이 나가는 선수를 응원한다.
(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도 많은데 이 참에 왕창 먹어서 체중을 늘려 파워를 구축할까하는 쉬운 방법과 속도 안좋고 입맛도 없는데 살 쪽 빼서 무릎에 미치는 하중도 줄이고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스피드를 선택할까하는 이루기 힘든 아니 한번도 이룬 적이 없는 참신한 방법 사이에서 고민을 합니다만)
-오른손잡이를 응원한다.
(왼손잡이의 사악한 스핀 앞에 숱한 좌절을 겪었던 나로선 당연한 선택임)
-하위랭커를 응원한다.
(늘 언더독이었던 사람이라 이도...)
-착하고 열심히 성실하게 뛰는 선수를 응원한다.
(라켓 집어 던지고 성질 부리는 선수가 얼핏 멋있어 보이지만 이젠 맨탈의 중요성을 깨달아서...)

동호인경기의 응원은 훨씬 조심스럽고 그 기제나 기준 또한 복잡하다.
우리클럽 내 경기에서 응원 잘못했다가 뒷탈 걱정을 무지한 적도 있었고
우리클럽 사람과 다른 클럽 사람의 경기에서 속으로 몰래몰래 가슴졸이며 딴 쪽 응원을 한 적도,
선수 개개인에 포커스를 맞추어 응원하기보다
잘하는 플레이에 대해 선별적으로 또는 무차별적으로 '나이스 샷'을 외치는 정도로만 절제된 응원을 하거나,
응원 도중 응원선수의 플레이에 실망해서 도중에 새 말 갈아타듯 다른 편 응원으로 선회한
소위 배신을 때린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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