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에세이-목적이 이끄는 삶 [펌]

2007. 4. 25. 오후 5:20:14

글자
수화기에 막내이모의 전화번호가 찍히면 오늘은 또 무슨 잔소리를 들으려나 싶은데
테니스판 돌아가는 사정(십년 이십년 친 사람도 조금 친다면서 명함도 못내미는 층층고수들의 세상)에 깜깜절벽인 이모는
테니스가 뭐 꽃꽂이 쯤 되는 줄 아시는지
너 그 정도 쳤으면 어른들은 몰라도 동네 아이들 몇 모아놓고
테니스코치 할 수 있지않겠냐며
조카의 직업적 전망을 열어주겠다는 뚱딴지같은 조언을 하는 날도 있지만
대개는 테니스에 빠져 냉담 중인 조카가 옛정 때문에 포기가 않되시는지
조카 지옥불에 떨어질까봐 늘 기도 속에서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눈물나게 고마운 얘기가 주종목이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꼼짝없이 들어야하는 설교와 전도, 회유 말씀의 한시간이 두렵기(지겨우면 죽을 수도 있는데)만 하다.
몇 년 전엔 무슨 책 타령을 하셨는데 몇 번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더니
내가 그 책 읽은 감동으로 회개해서 다시 신앙의 품으로 안길거라는 시나리오를 완성하셨는지 빨리 우리집 주소 불러 달라고 난리셨다.
테니스로 바빠 집 비우는 게 다반사인 조카에게 택배 받는 일이 얼마나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나는 곤혹인지를 모르는 이모가 보낸 책은 다음 날 도착했는데,
어쩌다 잘친 샷에 대해서 감동의 물결이 샘솟아 그 다음 동작 준비가 전혀 안될 정도로 내 감동의 매카니즘은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모님과 저자분에겐 죄송하지만 난 그 책 앞부분에서 별다른 감동을....
아무튼 그 멋진 제목의 책은 그대로 서가에 꽂힌 채 먼지만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레슨을 받다가 코치님한테 듣게 된 핀잔 하나가 그 책제목과 흡사했고 곧장 가슴에 팍 꽂혔다.
즉, 샷 하나하나, 포인트 하나하나에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하는데
내 샷에는 그리고 내 테니스 총체적으로 이 목표의식이 결여되어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렇게 심한 말씀을! 하면서도 속으론 내가 테니스적으로다가 도약하지 못하는데대한 올바른 진단이고 처방이라는데 동의했다.
목표&목적
네트 살짝살짝 넘게 공을 보내 적어도 공격당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상대의 발밑에 담가서 공이 뜨게 되면 찬스볼 찍는다라든가
끊임없이 잔발과 스플릿스텝하면서 공따라 움직여 적적한 위치선정을 하고 있어야
리턴할 때 무게중심을 앞에 두고 컴팩트한 스윙으로
서브 시 첫서비스 성공율을 높이고, 코스와 스핀에 변화를 주면서,
무턱대고 뛰어들어가다 첫발리 실수하지않기
등등 ....
초보시절 난 라켓 앞뒤측면 여기저기에다
takeback, split-step, racquet face, followthrough 등등을 인쇄한 스티커를 낯선 용어도 외울 겸해서 덕지덕지 붙여 놓고
자린고비가 밥한술 뜨고 천장에 매단 굴비한번 쳐다보듯
스트로크 할 때마다 한번씩 다 훑어보곤 하면서 샷을 점검하고 준비하는 바지런을 떨었는데
오히려 구력이 늘면서 이 방면에 나태해져버렸다.
이제 누구누구는 내가 어떤 파트너와 해도 기어이 이길 수 있어야한다든지하는 막연한 욕심을 목표로 삼기보다
더이상 아무 생각없이 샷선택하지않고 반드시 다음 공 그 다음 공을 생각하면서 게임하기부터 실천에 옮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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