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의 일입니다.제가 일산에서 살 때 테니스에 미쳐서 퇴근 후에는 어김없이 찾던 코트가 있었는데 그 코트에 나오던 테니스동호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대로 중급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열심히 주말이면 나와서 같이 치곤 했었는데, 이 맘때쯤인가 꽃 피던 봄이었지요.일산구청장기인가 고양시장기인가 시합에 나갔었습니다.물론 저도 출전을 해서 시합을 하고 있었는데 다른 코트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날 정도로 요란했습니다. 그 코트는 여성복식조가 별도로 시합을 하고 있었습니다.그런데 조금 심하게 게임이 과열되다보니 이 게임에서 뛰던 주인공의 부인이 상대 전위의 어프로치발리에 걸려 눈두덩이에 공이 맞고 말았습니다.잠시 처치가 있었고 괞찮다싶어 게임은 계속 되었습니다.이때부터 시합은 과열되어 '저 년 죽여라! 죽여! 때려!' 목소리가 격앙되었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몸쪽으로 어쩔 수 없이 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특히 복식에서는)이 팀의 상대방이 아마도 일부러 전위를 노렸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되고보니 재밌는,즐거운 게임이 되었리가 없었죠.게임은 완전히 전쟁이 되었고
망치고 말았습니다.그 뒤 일주일은 조용히 흘러 갔습니다.
그 다음 주말에, 이 부부의 처가에 장인 생신이 있어서 지방에 갔었나 봅니다.
한참 맛있게 먹던 장인이 사위를 보더니 술을 한잔 권하면서 이런 말을 귀에
속삭였답니다.
'다음부터 부부싸움을 할때는 거기말고 다른 곳을 때리게.보기에 영 안좋구만.
때를 곳이 없어서 눈탱이를 때렸는가'
사위가 할 말이 없어서 '예! 알았습니다.장인어른!'했답니다.
사위는 다시 장인에게 술을 한 잔 더 따라 드렸답니다.맘 속으론 흐뭇해하면서..
왜냐하면 때릴 곳을 골라 때릴 수 있다는 무언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ㅎㅎㅎ
그 후로 다시 코트에서 만나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까지도 눈두덩이가 파랗게 멍들어 있었습니다.그러니 그 당시 장인의 생일에 내려간 이 부인의
눈두덩이가 얼마나 심하게 멍들어 있었는 지 짐작이 가더군요.그래서 이 부부를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인사를 먼저 하곤 했습니다.
'눈탱이는 괞찮습니까?'
저도 물론 인사를 건넸습니다.
'눈탱이는 괞찮습니까?'
그래도 겸손히 인사를 다 받아 주었습니다.
그 인사는 '예'라는 대답대신 아름다운 미소였습니다.
테니스동호인들을 만나 게임을 즐기다보면 여러 애피소드가 있지만 상대방과
눈이 마주칠 때면 왠지 이 부부의 생각이 나곤합니다.
이 부부는 남편의 직장전출로 이 곳을 떠나게 되었지만 그 때 그 사건은 오래토록 기억에 남아 잔잔한 미소를 남기게 합니다.
수원에서 김진현(bolt615@naver.com)
테니스에세이-눈탱이 괞찮습니까?[펌]
2007. 4. 26. 오후 4:18:09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