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없었더라면...

2005. 2. 22. 오후 10: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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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텔레비전에서 류머티즘 환자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는 방송을 보았다.  나 역시 그 병을 안고 산 지 8년.  그렇지 않아도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병세를 받아들이지 못한 남편과 별거중이라는 그 환자의 이야기는 내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더욱 되새기게 했다.

셋째 아이를 낳은 뒤 무릎이 아파 왔다.  워낙 건강한 체질이라고 무심코 넘겼는데 점점 부어 올라 앉기도 힘들었다.  양약, 한약, 물리치료, 침, 민간요법을 가리지 않고 8개월 남짓 애썼지만 나아지기는 커녕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디마디 통증이 찾아 왔다.  결국 류머티스관절염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처음에는 옷을 입고 벗는 것에서부터, 일어서고 앉기, 걷기, 누워 자는 것까지 몸을 움직이는 모든 일이 불편했다.  내 몸이 내 것 같지 않았고 혼자 힘으로 머리를 빗거나 변기에 앉기조차 어려웠다.  아이에게 양말 한 짝 신겨 주지 못했으니 날마다 눈물을 빗물처럼 흘렸다.  내가 해야 할 모든 일은 남편 몫이 되었다.  남편은 자상하게 나를 일으켜 주고, 앉고 서기 편하도록 소파를 방 안에 들여 놓아 주고, 집안일을 도맡았다.  병에 대한 자료들을 열심히 찾아보며 " 이 병 증세가 꼭 꾀병환자 같네"하며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바쁜 아침, 땀을 뻘뻘 흘리며 집안을 청소하고 부리나케 출근하던 남편.  그 세월이 몇 년이었을까.

남편의 섬세한 배려를 등에 업고 나를 향한 하느님의 섭리를 헤아리게 되었다.  꾸준한 치료를 통해 점차 건강을 되찾아 가는 동안, 나는 날마다 아주 작은 일부터 무엇이든 감사하게 되었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감사, 걸레를 빨기 위해 쪼그리고 앉아 감사, 머리를 빗으며 감사, 밥솥을 열면서 감사, 바지를 입으면서 감사, 잠자리에서 마음껏 뒤척이며 감사, 추워 웅크리고 자는 아들을 위해 이불을 덭어 주면서 감사, 집 앞 슈퍼를 다녀오며 감사.... 그 어떤 순간도 감사가 아닌 것이 없다.

모든 게 감사의 조건임을 병을 앓으면서 깨달았다.  또 인생의 어두운 터널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돌봐 준 남편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빛을 찾을 수 있었다.

남편 자랑은 팔불출이라지만 내 남편을 칭찬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언제든 팔불출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 <나향숙/좋은생각 2005년1월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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