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쓴 시

2005. 10. 6. 오후 10:45:58

글자
 
 

      시월

      김상숙


      네가 내게서 떠나겠다고 한 줄의 인사를 흘려보낸 날

      하늘이 노랗게 은행잎에 내려앉았고

      거리의 발자국들은

      뒤꿈치만 남기고 멀어져갔다

      하늘과 땅의 중심을 들고 허공을 붉게 물들이며

      흔들리지 않던 공원의 꽃 사과 열매도

      어느 날 아침

      뎅그렁뎅그렁 모두 거두어갔다

      서걱서걱 일어서는 것들이 내 가슴을 태우고 말린다

      활짝 핀 웃음이 동쪽에서 빨갛게 피어 걸어들어 올 때

      조용히 싸리문을 닫아두었어야 했다

      네가 멀리 떠나는 동안

      내 목젖은 편도선으로 부어 있다

      속울음으로 가을 하늘 물소리가 깊다

      네가 덩굴을 올리던 옷의 무늬가 너무 선명한 까닭이다

       

       


댓글 1

  • 2005년 10월 11일 오후 2:42

    이 가을날....가슴이 찡~~* 무르익어 가는 글 부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