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김상숙
네가 내게서 떠나겠다고 한 줄의 인사를 흘려보낸 날
하늘이 노랗게 은행잎에 내려앉았고
거리의 발자국들은
뒤꿈치만 남기고 멀어져갔다
하늘과 땅의 중심을 들고 허공을 붉게 물들이며
흔들리지 않던 공원의 꽃 사과 열매도
어느 날 아침
뎅그렁뎅그렁 모두 거두어갔다
서걱서걱 일어서는 것들이 내 가슴을 태우고 말린다
활짝 핀 웃음이 동쪽에서 빨갛게 피어 걸어들어 올 때
조용히 싸리문을 닫아두었어야 했다
네가 멀리 떠나는 동안
내 목젖은 편도선으로 부어 있다
속울음으로 가을 하늘 물소리가 깊다
네가 덩굴을 올리던 옷의 무늬가 너무 선명한 까닭이다
가을에 쓴 시
2005. 10. 6. 오후 10:45:58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