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교계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어떤 공동체든지 그 공동체를 운영하는 조직과 운영자가 있는데, 그 이유는 어떤 공동체이든지 의도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정한 명령계통에 의해 조절되고 이끌어 질 때 그 공동체가 원활하게 움직이고 목표하는 바를 쉽게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교회 역시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한 구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세우신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안에도 교회를 운영하는 조직이 있고, 그것을 운영하는 운영 담당자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교회 내에서 교계제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교회 내의 조직을 예수님께서 원하셨는가가 문제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12사도를 간택하셨고, 공생활 3년 동안 제자들과 숙식을 같이 하시며 가르치셨고, 또 준비를 시켰습니다. 또 이 기간이 끝날 즈음에 예수님께서는 자기의 권한을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이 세상을 하느님께로 이끌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마태 28, 19-20 ; 요한 20, 22-23 ; 로마 11, 13 ; 사도행전과 코린토 전서의 많은 내용들) 등 성경의 많은 부분들이 제자들(사도단)에게 당신의 권한을 맡기심으로 당신 대신 그 이후의 교회를 이끌어 가기를 명하셨음을 알 수 있고, 교계제도가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교회의 설립자이신 예수님의 분명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라 다니던 제자들이 노쇠하고 죽음에 따라 사도들은 장로나 감독을 선정하여 교회를 돌보도록 하셨습니다. 그분들이 오늘날의 주교님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대 교회 때의 사도단은 지금의 주교님들이 모인 주교단이라 할 수 있고, 사도단의 으뜸인 베드로의 후계자는 우리가 지금 교황님이라고 부르는 주교단의 단장을 의미합니다. 주교단의 단장인 교황님은 수위권을 지니지만 모든 교회의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주교님들과 협력하여 전체 교회를 이끌고 있으며, 교회 내에 큰 문제가 있을 때에는 교황님을 중심으로 전체 주교들이 모여서 의논하고 결정하는데, 이것을 공의회라고 부릅니다.
교황님의 특별한 사명은 초대 교황님인 사도 베드로의 사명과 같은 것인데, 그리스도 공동체, 즉 교회를 신앙으로 인도하고 그 신앙에 따른 생활을 하도록 신자들을 교도하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신자들을 신앙생활로 인도하는 것을 사목이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교황님은 최고의 사목자로서 교회를 통치하고 교도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주교입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사도 시대부터 어떤 도시나 지방을 다스리시는 분을 장로나 감독이라고 불렀는데 이 분들이 지금의 주교이고, 주교가 다스리시는 지역을 교구라고 합니다. 주교는 사도들의 직접적 후계자로서 교계제도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교는 자기가 직접 사목하는 교회, 즉 교구를 대표합니다. 교구에서는 교황 대리로서 사목하는 것이 아니라 고유하고 직접적인 교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이나 전체 교회에 대해서는 권한을 지니지 못합니다. 주교들의 임무는 자기가 맡고 있는 교구를 통치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파하고, 전례를 올바르게 행하게 하고, 신품성사를 집전함으로써 사제직을 계승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사제입니다. 사도시대 때 점차 지방으로 교세가 확장됨에 따라 주교 혼자 돌볼 수 없게 되자 협력자들을 선정하고 교육시켜 안수를 받게 한 후 주교가 다스리던 곳을 분할해 사목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주교를 도와 협력자로서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사제라고 합니다.
우리가 사목자들 중에서 가장 밀접하게 그리고 자주 만나는 분들이 사제인데, 이 사제들은 자기가 사목하는 사목 분야에서 주교를 대리하여 그리스도와 공동체의 이름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성사를 집행하며, 그리스도 공동체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본당 공동체를 대표합니다. 주교와 사제는 똑같이 신품성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본질적으로 그리스도 사제직을 수행하는 면에 있어서는 같다고 할 수 있는데 단지 범위와 정도에 있어서 다를 뿐입니다. 즉 주교는 사도들의 후계자이고, 사제는 주교의 협력자로서 주교를 대리해서 사목을 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최하위 성직자라고 할 수 있는 부제입니다. 사도시대에 사도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데 전념키 위해서 믿음이 두텁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7명의 협조자를 선택하여 안수를 주고, 그들에게 교회 물질을 관리하고, 성사 집전을 돕게 하고, 복음 선포자로 활약케 하였습니다. 이렇게 부제들은 주교나 사제처럼 그리스도의 사제직에 참여를 하지만 그 범위는 주교나 사제를 보좌하는데 있으며 그 권한도 주교에게 속해 있습니다. 부제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이들은 사제직을 위해서가 아니라 봉사직을 위해서 안수를 받는 것이고, 문자 그대로 봉사자의 삶을 실현하는 봉사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전례에서 주교나 사제를 보좌하고 세례성사를 집전할 수 있고, 성체를 보관하고 분배할 수 있고, 혼인식과 장례식을 주관할 수 있고, 준성사를 집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사와 고해성사는 집전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교계제도에 대해서 살펴보았는데, 교계제도란 교회를 가르치고 성화하고, 통치하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목자들의 집단을 의미하고 그 안에는 주교, 사제, 부제가 있어 그 직무에 맞는 일을 수행함으로써 교회를 이끌어 나감을 알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