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흙을 뚫고 나온 곳은 추운 겨울.
찬바람이 부는 벌판이다.
연약한 생명의 잎을
보드랍게 감싸주는 곳은 없다.
오히려 발에 밟혀간다.
나의 존재가치를 알게 해준 이.
나의 존재가치를 알게 해준 이.
내가 사랑했고 사랑한 이의 발,
또한 사랑해야 할 그 무리들이 아니던가?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시린 바람도 하얀 서리들도 밟히움의
아픔만큼은 아니다.
어느 사이 나는 바람에 흔들려도 뽑혀지지 않음을 느낀다.
내 생명의 뿌리가 깊이 자리 잡아가며.
나무와 꽃들이 모두 잠자고 말라있는 세상에
푸른 생명의 기를 전하는 풀이되어가고 있다.
모든 이의 양식이 될 수 있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밟히움이 강함을 낳았고 .
저 높이에서 진정으로 사랑하는,
타오르는 사랑에 의하여 무르익어
진정 죽게 되는 그 날,
피와 살이 되어주는 먹이가 되기 위해
이렇게 밟히며 푸른 풀로 시작한다.
내 이런 살아있음이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자라야 한다는 것!
지금 , 이순간은 자라야 하는 때이고 찬바람에 내 맡겨진 때이다.
그간 류 자배님 글을 읽으며 위로아닌 위로를 찾다가 어린시절 학교에서 나가 밟았던
보리밭이 생각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