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연중 제27주간 화요일-루카 10장 38-42절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단 한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아름다운 무지개 하나>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한 수도원에서 릴레이 성체조배를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기도생활에 아주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한 수사가 자신의 차례가 되어 힘차게 솟아오르는 기도에 대한 열정을 겨우 억누르며 경당으로 들어갔습니다.
경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는 기분이 갑자기 확 상했습니다. 자기보다 앞 당번인 수사가 평소에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성체조배에 전념하기는커녕 의자에 앉은 채로 코까지 골면서 자고 있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 수사는 자고 있는 동료 수사가 들으라고 일부러 큰 소리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주님, 감히 주님 면전에서 곯아떨어져 있는 이 형제, 운동시간에는 절대로 졸지 않지만 묵상시간마다 조는 이 형제, 당신과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있지 못하는 이 형제를 용서하소서.”
그러자 감실로부터 이런 주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조용! 네가 나까지 깨우는구나. 나도 피곤해서 저 형제와 함께 곤히 자고 있었는데.”
저도 기도시간에 졸고 있는 형제들보면 가만있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갑자기 적개심이 불타오르면서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면서 분개를 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는 것. 신체적 조건도 다르다는 것, 영성의 단계도 각자 다르다는 것.
어떤 사람은 체질상 몸으로 때우는 일이 적격입니다. 적극적인 투신과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봉사활동이 더 어울립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 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여기 저기 다니면서 몸을 움직여야 하루가 행복합니다. 전형적인 마르타 스타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깊이 있는 관상생활이 어울립니다. 하느님과의 통교가 너무 감미로워 묵상시간이 끝나면 일상적인 활동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게 싫을 정도로 영성생활에 심취합니다. 성체 앞에 앉아있으면 그저 만사 오케이입니다. 기도하고 있으면 그게 가장 큰 기쁨이요 보람입니다. 전형적인 마리아 스타일입니다.
교회를 위해,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복음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 둘은 항상 같이 다녀야 합니다. 서로 적대관계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필요로 하고, 서로 상승작용을 해야 합니다. 한 신앙인 안에서도 관상과 이웃 사랑의 실천은 마치 두 개의 톱니바퀴같이 어울려야 하여 잘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해와 비가 하늘에서 서로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둘 다 같은 시간에 하늘을 독차지하고 싶었습니다. 서로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기에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동시에 햇볕 또한 쨍쨍 내리쬐었습니다.
그 덕분에 하늘 이편에서 저편까지 아름다운 무지개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때로는 불화나 대립이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기도 한답니다.(앤드루 마리아, 지혜의 발자취, 성 바오로 참조)
활동에 앞서 기도를!
반영억라파엘신부
저는 본당신부이면서 노인복지관 관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복지관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야 합니다. 많은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야 하는 처지입니다. 그러다보니 성체 앞에서 기도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 기도를 먼저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몸과 마음이 따로 입니다. 겉으로는 많은 활동을 하지만 영혼은 메말라갑니다. 메말라가는 영혼에 영양을 보충해야 하겠습니다.
가정을 방문하면 먼저 기도를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기도를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마음을 쓰기 보다는 손님대접에 더 관심을 기울입니다.
대접에 소홀함이 없이 하려는 마음은 고맙지만 선후가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님 안에서의 만남입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음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적인 정이 우선입니다.
마르타의 집에 예수님을 모셨는데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서 예수님의 말씀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르타는 음식을 준비 하는 등 갖가지 시중을 드는 일에 분주했습니다.
그러다가 동생이 시중드는 일을 거들어 주게 해 달라고 예수님께 청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10,42)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몫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알았으면 그것을 차지해야 합니다.
마리아와 마르타의 모습이 서로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두 역할이 다 필요합니다. 그러나 귀한 말씀을 듣는 것이 먼저 입니다. 훌륭한 분에게는 어떻게 하든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그 기회를 놓치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무엇을 받기보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마르타는 자기 일에 몰두하다가 그만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기회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를 보고 다소 불편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사실 주님께 음식을 대접해 드리려 했으면 마리아가 도와주든 그렇지 않든 기쁘게 했어야 옳습니다. 자기가 정성으로 준비한 음식을 주님께서 잡수신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좋은 일을 열심히 해 놓고 마음 안에 화를 쌓아놓는 다면 그만큼 보람도 없습니다.
차라리 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을 지키는 것이 낫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이 내 몫이었으면 그것으로 기뻐해야 하겠습니다. 아마도 마르타는 활동적인 여인인듯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만 집착하면 그 활동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사도행전 6장 1절 이하를 보면 사도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자유롭게 전하기 위해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던 일을 그만하고 그 일을 부제들에게 맡겼습니다.
말씀의 선포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음식이 아니라 구원의 말씀을 먼저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말씀을 듣는다는 것은 곧 기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시중을 드는 일은 활동입니다.
그리고 활동은 기도 안에서 나온 활동이 아니라면 마음 안에 화를 담을 수밖에 없고 바른 활동이 될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먼저 기도하고 활동하시기 바랍니다.
기도 없는 활동은 무의미합니다. 또한 활동 없는 기도는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기도와 활동, 활동과 기도의 조화를 이루되 먼저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기도를 하면 할수록 활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 루카 10,3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