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200원? 조재형(umbrella)

2013. 2. 8. 오후 7:3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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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은 200원?

조재형(umbrella쪽지     2004-04-18


오늘 주일 저녁 미사를 봉헌하면서 있었던 일입니다.

영성체를 하고, 유아 방으로 갔습니다. 아이 어머니들께 영성체를 하는데 한 아이가 제 앞에 계속 서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손에 100원 짜리 2개를 들고 제게 눈빛을 보내는 겁니다. “너는 하나 주는데 나는 2개 줄 테니 달라!” 영성체를 하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겁니다. 어른들 영성체를 다 마치고 ‘다음에 줄께’라고 말을 하는데 아이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봅니다. 아이의 눈빛이 귀엽고 자기 딴에는 계산을 다 했는데 안 되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는 그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해 봅니다. 나는 과연 주님의 부활을 어떻게 나의 삶으로 드러내고 있는지, 우리는 과연 주님의 부활을 어떻게 우리의 삶으로 드러내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주님의 부활은 주님 부활이고 나의 삶은 나의 삶으로 분리된다면 주님의 부활을 지내는 의미가 별로 없겠기 때문입니다.

 먼저 주님은 동산에서 예수님을 찾아온 막달라 여자 마리아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슬픔에 젖어있던 마리아는 주님께서 부르시니 ‘라뽀니’라고 대답을 합니다. 나의 삶에서 슬픔에 젖은 사람에게 위로와 사랑을 준다면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나신 자매님을 위해 연도를 함께 바치는 교우들을 보았습니다. 쓰러진 이웃을  업고 병원에 입원시키고 밤새도록 병실을 지킨 형제님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면 이렇게 부활하신 주님을  삶을 통하여 증거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내가 건네는 위로의 말이, 내가 전하는 사랑의 말이 지치고 힘든 이웃에게는 힘이 되고 용기가 된다면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의 삶을 증거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너희에게 평화를’이라고 인사하십니다. 주님을 모른다고 배반한 제자들인데, 고난의 길에 동참하지 않은 제자들인데, 주님 부활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두려워 문을 꼭 닫고 숨어있던 제자들인데 주님께서는 화를 내지 않으시고 ‘평화’를 주십니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국회의원들은 이제부터는 상생의 정치, 화합의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그분들의 말처럼 상생의 정치를 한다면 화합의 정치를 한다면 아마도 주님 부활의 삶을 정치의 현장에서 증거 하는 것은 아닐까 기대를 해 봅니다. 여야 정당의 대표들이 천주교 신자들이니 새삼 기대를 가져봅니다.

 말썽만 피우는 자식에게 변함없는 사랑을 주시는 부모님, 도박, 술, 여자 문제로 속을 멍들게 한 남편을 용서해주는 아내, 보증을 잘못 세우고 도망갔던 친구가 결국 빈손을 돌아왔을 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친구처럼  우리가 주변을 잠시 돌아보면 이웃에게 평화를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그분들이 주님 부활을 삶을 통하여 증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주님은 다른 제자들의 말을 믿지 못하고 ‘내손으로 그분의 손의 못 자국을 보고, 옆구리의 창 자국을 보아야만  믿겠다고 하는 토마사도에게 나타나십니다. 믿음이 없음을 탓하시고, 야단치실 법도 하신데, 주님은 또다시 나타나시는 수고를 하십니다. 그리고 ’나를 보고야 믿느냐! 나를 보지 않고 믿는 자는 더욱 복되다. ‘ 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예전에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세상에 가르침을 하러 다닐 때라고 합니다. 공자가 아끼는 제자 중에 자공과 안연이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 어느 헛간에서 비를 피하던 중 식사 때가 되어 자공이 밥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안연이 가만 보니까 자공이 공자가 밥을 먹기도 전에 밥솥에서 밥 한 숟갈을 먹는 겁니다. 이를 보고 안연은 공자에게 이렇게 이야길 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아끼는 제자 자공이 글쎄 선생님도 드시기 전에 밥을 먼저 먹었습니다. 이는 ‘예’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자께서 자공을 불러 어째서 그랬는가! 라고 물으니 자공이 말을 합니다. 제가 밥을 해서 선생님 밥을 푸려는  순간 천장에서 지푸라기가 떨어졌습니다. 버리기도 아깝고 그래서 제가 지푸라기 묻은 부분을 먹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공자는 안연에게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사람을 믿기도 어렵지만 의심하지 않는 것은 더욱 어려운 것이다.’

 굳이 공자의 말을 하지 않더라도 신앙인에게 믿음은 가장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믿는 것, 우리의 영생을 믿는 것,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사랑을 믿는 것, 이것이 부활을 사는 신앙인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00원 짜리 동전과 성체를 바꾸려했던 그 아이가 어서 커서 200원이 아니라 수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성체를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받아 모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이 이곳의 모든 이와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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