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주재 러시아대사 피격 사망… 범인은 시리아 내전 개입에 불만 품은 터키경찰관
런던/장일현 특파원 2016.12.21 09:59
19일 오후(현지 시각) 터키 수도 앙카라의 한 미술관.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이곳에서 열린 러시아 사진 전시회 축사를 시작하자 등 뒤로 한 젊은 남성이 접근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터키 양국 관계에 대한 도발이자 비열한 범죄"라며 "전 세계가 테러리즘과 전쟁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 또 하나의 증거"라고 했다.
터키 경찰, 미술관서 총격살해..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에 불만
푸틴 "테러리즘과 전쟁 강화"
경찰 신분증으로 보안검색 통과
현장서 사살.. "알카에다 개입"
숨진 대사, 한때 한국·북한 근무
19일 오후(현지 시각) 터키 수도 앙카라의 한 미술관. 안드레이 카를로프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가 이곳에서 열린 러시아 사진 전시회 축사를 시작하자 등 뒤로 한 젊은 남성이 접근했다. 검은 양복에 넥타이를 맨 깔끔한 차림의 남성은 품에서 권총을 꺼내 그의 등을 향해 연달아 8발을 쐈다.
행사 참석자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렸고 카를로프 대사는 쓰러졌다. 범인은 총을 든 손을 휘두르며 "신은 위대하다" "시리아 알레포를 잊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AP통신 사진기자 버한 오즈빌리치는 "평화롭던 행사장이 순식간 지옥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는 "축사를 시작한 러시아 대사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 가려는 순간 빠르게 이어진 총소리가 들렸고, 내 눈 몇m 앞에서 대사가 쓰러졌다"고 했다.

이어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고, 공포에 빠진 사람들은 기둥이나 책상 뒤로 뛰어들거나 바닥에 엎드렸다"고 했다.
범인은 범행 직후 행사장 참석자들을 향해 큰 소리로 설교를 했다. 그는 "우리는 선지자 무함마드에 충성을 다짐했고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수행한다"며 "(시리아 알레포) 공격에 관여한 모든 이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오즈빌리치 기자는 "처음에 몹시 흥분했던 범인은 바로 침착한 태도를 보이더니 관람객들에게 '뒤로 물러서라'고 했다. 이후 경비원이 사람들에게 행사장을 나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터키 특수부대는 그를 현장에서 사살했다. 카를로프 대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터키 내무부는 범인이 앙카라 경찰청 폭동진압팀 소속 메블루트 메르트 알틴타스(22)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신분증을 제시하고 행사장에 들어갔다. BBC 등 외신들은 "그가 시리아 정부군의 알레포 점령에 대한 보복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터키 언론은 범인이 시리아 반군 핵심 세력이자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지부인 '알 누스라'와 관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터키 양국 관계에 대한 도발이자 비열한 범죄"라며 "전 세계가 테러리즘과 전쟁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 또 하나의 증거"라고 했다.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은 최근 러시아의 대대적 공습 지원과 이란 민병대 등의 도움을 받아 반군이 점령했던 알레포 동부 지역을 4년 반 만에 탈환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반군 지역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폭격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반군을 지원하던 터키에선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매일 벌어질 정도로 반러 분위기가 거셌다. 이날 저격은 이런 터키 내 반(反)러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를로프 대사는 40년간 외교관으로 일해온 정통 외무 관료다. 영어는 물론 한국어에도 능통하다. 외교관 양성 전문인 명문 모스크바국제관계대학 출신으로 10년 이상 북한 주재 소련 대사관에 근무했고, 2001년부터 5년 동안은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로 재직했다. 옛 소련 해체 직후인 1992~1997년에는 한국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 안드레이 카를로프(62)가 19일(현지시각) 수도 앙카라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괴한의 정체는 터키 현직 경찰관으로 알려졌다.
카를로프 대사는 피격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카를로프 대사 주위에 있던 여러 명의 참석자들도 총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을 쏜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내무부는 러시아 대사를 저격한 범인이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22)라는 이름의 현직 터키 경찰관이라고 밝혔다.
이날 비번이었던 경찰 알튼타시는 카를로프 대사의 뒤로 접근해 8발 이상의 총을 쐈다.
그는 총격 직후 왼손 검지로 하늘을 가리킨 채 “알레포를 잊지 말라. 시리아를 잊지 말라”, “탄압에 기여한 자들은 모두 죽을 것이다”, “신은 위대하다” 등의 말을 외쳤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이 같은 증언을 바탕으로 현지 언론들은 범인이 러시아의 시리아 정부군 지원에 대해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 저격사건은 4년 반 동안 이어진 알레포 교전에서 시리아 정권이 승리를 거두고 수니파 반군을 철수시키는 와중에 발생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해 정부군의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터키는 줄곧 시리아 반군을 지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 공격으로 규정했다.
미라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 외교의 비극적인 날”이라며 “테러에 맞서 단호하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건에 대해 터키 정부와 함께 다면적으로 수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이 양국 관계에 그늘을 드리우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사 피살 사건을 설명했다고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번 대사 피살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외교관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비난했다.
이날 총격 테러로 숨진 카를로프 대사는 한국과 인연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를로프 대사는 1979∼1984년, 1986∼1991년 북한 주재 소련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그는 소련이 해체된 직후인 1992년부터 1997년까지는 한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일했다.
이후 모스크바 외교부 본부에서 여러 부서를 거친 카를로프는 2001년에 북한 대사로 임명돼 2006년까지 5년간 근무했다.
40년의 외교관 생활 중 절반 이상을 한반도에서 보낸 카를로프 대사는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반도 문화와 사정에 밝았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