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대화: 그리스도 안에서 마시고 대화하는 연습
김태영신부
일주일 만에 만난 신앙인들끼리 회합을 마치고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키는 이른바 ‘2차주회’는
신앙생활의 활력소이며 기쁨입니다.
회합을 끝내고 자매님들이 앉아서 생활과 사람들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의 시간 역시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의 긴장을 풀어주는 유쾌하고 상쾌한 시간이지요.
사실 우리의 구원자이신 예수님 역시 고뇌에 차 기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바쁜 생활만을 하신 것이 아닙니다.
잔칫집과 식사 자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유쾌하고 기쁜 시간을 보내기도 하셨습니다.
그래서 몇몇 사람은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루카7,34)라고 예수님을 비난하기도 했지요.
또한 그분께서 제자들과 사사로운 대화는 나누지 않고, 복음 말씀이 아니면 침묵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니 레지오 회합 후에 술을 마시는 시간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 역시 좋은 것이지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거룩한 교부들은 “평신도들이 특별히 하여야 할 일은 자신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모든 현세 사물을
조명하고 관리하는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일이 언제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이루어지고 발전하여
창조주와 구세주께 찬미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교회 헌장 31항)라고 선포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갖는 술자리와 대화 자리는 그리스도를 주인으로 모시는 자리여야 하며,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고 성숙해지는 시간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술자리가 과해져서 취하고, 서로 싸우고, 음담패설을 늘어놓게 된다면 그것은 악한 일이겠지요.
대화가 수다로 변해서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비난하고 심지어 판단하며 시기와 질투로 얼룩져 버린다면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 모습일 것입니다.
비록 세상 사람들이 술에 취하고, 음담패설을 하고, 싸우고, 서로 욕하고, 다른 사람을 심판하며 험담하고,
시기와 질투로 입술을 채운다 하더라도 우리는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악령들을 거슬러 싸움으로써
세속 생활의 구조를 통해서도 희망을 드러내어야”(교회 헌장 35항)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하도록 합시다.
1) 술집이나 음식점에 갈 때에 “자신이 그리스도의 선포자로서 여행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렇게 행동”(평신도 교령14항)하도록 합시다.
2) 술자리와 대화의 시간을 가질 때에 우리와 함께 계신 분이 누구인지 생각합시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게 아니라면 보지도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맙시다. 그분을 속상하게, 실망하게 만들지 맙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을 부르시는 그리스도의 목소리와 성령의 인도에 기꺼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즉각 응답”
(평신도 교령33항)해야 합니다.
3) 우리가 긴장을 풀고 유쾌하고 상쾌한 시간을 갖는다 하더라도 하느님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이십니다”(요한4,16).
그러니 우리도 어떤 자리에서든 누구와 있든 아무리 편하다 할지라도 “사랑으로 살아가며,
할 수 있는 대로 사랑을 행동으로 드러내야”(평신도 교령16항)합니다.
이렇게 행동한다면 우리의 술자리와 대화의 시간은 그리스도 안에서 마시고 대화하는 성숙한 신앙인의 생활기도가 될 것입니다
또한 세상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인의 품위를 드러내는 훌륭한 선교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