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함께 놀래? -박노해

2013. 8. 15. 오후 8:55:14

글자

                      나랑 함께 놀래? -박노해

 

어린날 내에에 가장 무서운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것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것도 아니었었네 

학교에서도 동네에서도 
아무도 놀아 주지 않는 것이었네 

세 살 많은 영기가 우리반에 편입한 뒤 
동무들을 몰고 다니며 부하로 따르지 않는 
나 하고는 누구도 함께 놀지 못하게 한 
그 지옥에서 보낸 일년 이였네 

동백꽃 핀 등굣길을 혼자 걸으며 울었고 
오동잎 날리는 귀갓길을 혼자 걸으며 울었고 
텅 빈집 마루 모퉁이에 홀로 앉아 울었었네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기도를 해 봐도 
동무가 그리워서 사람이 그리워서 
책갈피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했었네 

5학년이 되던 해 보슬비는 내리는데 
자운영 꽃이 붉게 핀 논길을 고개 숙여 걸어갈때 

나랑 함께 놀래? 

뒤에서 수줍게 웃던 아이 
전학 온 민지의 그 말 한마디에 
세상의 젖은길이 다 환한 꽃길이었네 

돌아보니 멀고 험한 길을 걸어온 나에게 
지옥은 아무도 놀아 주지 않는 홀로 걷는 길이었고 
천국은 좋은 벗들과 함께 걷는 고난의 길이었네 

나랑 함께 놀래? 

그것이 내 인생의 모든 시이고 
그것이 내 사랑의 모든 말이고 
그것이 내 혁명의 모든 꿈 이였네

 

        

댓글 11

  • 2013년 8월 16일 오후 3:21

    가슴이 시리도록 무언가 와 닿는 감동~내 맘이 아프기도 기쁘기도 한 이글은 내게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내 자신을 돌아보게도 가르침을 줄것같아요 내 맘을 사로잡는 이 글이 ...얼마간은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며 내 삶의 방향을 새롭게 가르쳐 줄것 같아요

  • 2013년 8월 17일 오후 2:54

    내가 좀더 낮아지고 내가 욕심을 온전히 비워지면 혼자 놀아도 행복 할랑가????

  • 2013년 8월 17일 오후 2:54

    아니야~~

  • 2013년 8월 17일 오후 2:56

    손잡고 걸음 걸이를 맞추고 시시콜콜 대화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행이 필요해....

  • 2013년 8월 17일 오후 2:58

    때론 미워도 하면서 ... 그치??

  • 2013년 8월 17일 오후 3:01

    그러다 보면 못보면 그리워지고...궁금해지고...

  • 2013년 8월 17일 오후 3:03

    그래서..'그대 있어 더 행복한 세상' 이 되는거야....

  • 2013년 8월 17일 오후 3:10

    주님의 세계는 꼭 손을 잡고 같이 가야만 돼...

  • 2013년 8월 17일 오후 3:28

    사랑도 선행도 상대가 있어야 이루어 질수 있으므로...

  • 2013년 8월 17일 오후 3:28

    고뤠?? 안고뤠???

  • 2013년 8월 18일 오전 8:33

    고뤠요......지금 내 옆에 손 잡고 있는 그 사람만큼 더 소중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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