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카라바조(이탈리아, 1571-1610)는 광포한 성격으로
폭행과 살인, 도피와 체포의 삶을 일 삼았던 비운의 화가다.
그는 <로레토의 마돈나>에서 미모의 여인 레나를 마돈나의 모델로 그렸다.
레나는 파스콰로네와 약혼한 상태였다.
파스콰로네는 자기의 약혼녀가 카라바조의 화실에 자주 출입하는 것을 문제 삼아
로마 당국에 고소했다.
카라바조는 파스콰로네에 대한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그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제노아로
도피한다.
제노아의 몬시뇰 마시모 마시미는 도피자 신분으로 전락한 카라바조에게 두 달 안에
작품을 완성해달라고 요청한다.
이때 그린 작품이 바로 <이 사람을 보라>다.
이 그림은 요한복음 19장 1~5절의 말씀을 소재로 그렸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데려다가 채찍질했다.
군인들은 그분 머리에 가시관을 얹었다.
그리고 자색 겉옷을 둘러 걸치게 하였다.
빌라도가 다시 밖으로 나와 말했다.
“보시오.
그를 당신들 앞에 데리고 나오겠소.
내가 아무 죄목도 찾아내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될 것이오.”
이윽고 예수님께서 밖으로 나오시니 빌라도가 말했다.
“보시오. 이 사람이오.”
체포와 석방을 거듭하던 카라바조는 이 작품에서
빌라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17세기 이탈리아 귀족의 복장을 하고 예수님을 가리키며,
“이 사람을 보라.”고 한다.
그는 자기의 모습이 바로 예수님의 모습임을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도 예수님처럼 무죄한 사람임을 항변하는 것이다.
죄 없이 고통당하는 예수님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다.
변명하지 않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무죄를 선포하는 것이다.
자신을 고소한 파스콰로네에게 그 억울함을 알리는 것이다.
그도 빌라도처럼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보시오. 당신이 아무 죄목도 찾아내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될 것이오.”
그는 빌라도처럼 관람객들을 향해 의심하는 당신들이 더 문제라는 듯이
죄 없이 고통당하는 예수님을 보여 주는 것이다.
반면 예수님은 아무 말 없이 고뇌와 슬픔을 삼키고 있다.
그분은 비록 가시관을 쓰고 자색 겉옷을 둘러 걸치고 부러진 종려나무가지만을 들고 있지만
그분의 광채는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분만이 참된 왕이며 최후의 승리자니까. (09.01.29)
[출처]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 - 카라바조|작성자 그림 읽어주는 신부
